올해 충전 보조금 대상 업체 선정 기준에 제재사항 신설
부정수급 논란 일자 기준 강화…내사·고발까지 포함
“무죄추정 위반” 업계 우려 …법조계 “선고 내용 기준 삼아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환경부가 올해 급속·완속 충전시설 보조사업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하는 가운데 새로 생긴 ‘제재사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내사·수사·고발 등이 진행 중인 경우도 제재한다는 기준을 포함시켜 헌법에서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충전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공고했던 2024년 전기자동차 급속·완속 충전시설 보조사업 사업수행기관 모집을 18일 마감했다. 올해 보조금 사업은 유지보수 체계 및 네트워크 보안관리 강화, 중복지원 금지 등 지난해보다 기준이 깐깐해졌다.

특히 환경부는 ‘사업수행기관의 제재사항’을 신설하고 기준에 어긋난 사업자들을 사업수행기관 공모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는 설치 미완료, 충전시설 상태정보 3일 연속 미제공, 미등록 외주 모집 대행사 영업, 보조금 사업 관련 법령 위반으로 인한 처벌 등에 해당하는 경우 불이익 및 공모 참여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는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풍문이 무성했다. 일부 업체가 지난해 전기차 충전 보조금을 부정으로 수급했다는 의혹과 함께 정부 부처에 민원이 제기되고 관련 기관이 조사를 받았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당시 태양광 발전 등에 쓰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두고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를 마친 후여서 이에 대응하고자 환경부가 제재사항을 급하게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이 4365억원으로 늘어나고 지난해 200억원이 불용되면서 사업자들이 보조금을 거저 받을 수 있는 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위반 사실이 명확한 사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다시 보조금을 받겠다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에 재판 결과가 아니라 ‘재판 중’이거나 ‘위반 사실이 중대·명백해 조사, 내사, 수사, 고발’ 조치된 경우까지 포함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 수급에 대한 제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헙법상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기준은 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사, 내사, 고발을 당했다고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면 해명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는 꼴이 된다”면서 “우리나라는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원칙이 있다. 제재사항 기준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률 전문가도 “수사기관에서 아무런 혐의 없이 내사 등을 진행하지는 않겠지만 중대·명백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판단하기 나름일 수 있다”며 “검찰 기소에 의한 벌금형 이상 등처럼 선고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중대·명백의 사유도 전문적인 위원회에서 억울함이 없도록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제재사항에 대한 우려가 부담됐는지 이달 초 보조사업 지침에 명시된 제재사항 관련 내용을 기존 ‘공모 참여를 제한한다’에서 ‘공모 참여를 제한 할 수 있다’로 수정해 재공고했다.

한편 환경부는 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공모에 참여한 사업자 중 산술평균 점수가 85점 이상인 사업자를 2024년 급속·완속 충전시설 보조사업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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