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좌담회서 계약시장,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등 다양한 시장 필요성 강조돼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과정에서 과도기적 체제로 설계돼 2001년부터 유지돼 온 변동비반영시장(CBP)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전력당국이 규제에 기반을 둔 비시장제도에 의존해 이끌어오던 전력시장에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전력사업자가 진입, 시장제도 개혁의 압박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윤모 서울대학교 교수는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력거래소 회원사가 3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시장제도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발전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하루 전 시장’밖에 없는 현행 전력시장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일본의 한 LNG발전소는 태양광발전 확대에 따른 변동성으로 인해 발전소 운영이 어려워도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었다”며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LNG발전에 대해 계약시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단절돼 전력당국의 정책 의도가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환경급전과 관련해 “급전 순위만 바꿔놓고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단절돼 있으면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최종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예로 들며 계약시장,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등 현재 전력산업구조에 맞는 다양한 시장제도가 가능한 한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완벽한 제도를 설계해 내놓기보다는 일단 기초적인 수준이라도 선보인 뒤에 함께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제도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는 “어떻게든 실시간 가격을 만들어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초창기에는 외국처럼 선진화된 시장이 아닌 기초적인 수준일 것이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통운영기술 또한 고도화해야 한다”며 “1시간 단위의 현행 발전계획을 30분, 15분 단위로 좁혀나가는 등 해상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방된 전력시장에서는 중장기 전원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송전망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계획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감시·조정 역할을 하는 것까지가 정부의 역할이고 전원계획은 발전사들이 자율적으로 수립해 시장의 가격기능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