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들이 하나둘씩 조명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이온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맡겨준 현장 하나하나를 모두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이온에스엘디만의 정체성을 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조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2002년 월드컵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할 외국인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 중 한강의 야경과 다리의 경관조명을 바꿔보자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서부터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조명디자인 시장을 개척한 1세대 회사 중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업계를 리딩하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정미 이온에스엘디 대표<사진>는 업계에서도 다양한 디자인 스펙트럼으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는 디자이너로 정평이 나 있다.

“조명을 디자인하기 위해선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높이면서도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작품의 가치 등을 제대로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먼저 상호 간의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뒤 회사의 디자인 지향점과 개인의 감각 등이 더해져야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죠.”

정미 대표의 철학은 최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KEB 하나은행 사옥 ‘플레이스 원’과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플레이스 원은 350개의 고성능 콘크리트 모듈을 3D 모델링 후 사전 제작해 건물의 각 면에 붙이는 과정으로 완성된 독특한 건물이다.

건축의 입면에는 2m 지름의 아트 디스크 178개가 설치돼 시간별로 회전하며 입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재료가 된다.

정미 대표는 빛의 음영을 통해 건물 파사드의 특징적 형태를 부각하고 깊이감을 주면서 빛이 파사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목표를 뒀다.

“플레이스 원은 다양한 정보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복합문화 공간이기에 색온도 5000K 이상의 차가운 빛이 아닌 3000K의 낮은 빛과 부드러운 빛의 요소를 사용해 예술과 문화 등의 콘텐츠와 어울리는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로비에서 사용된 부드러운 간접의 빛은 건축의 재료인 나무, 돌 및 콘크리트로 구성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선형 코브조명은 천장 패턴과 계단, 구조물을 따라 설치했죠. 1층에서 사용된 선형의 간접 빛은 슬로우 코어를 따라 올라가며 다양한 공간에 걸쳐 반복돼 사용했습니다. 이는 공간감을 더하고, 어둡고 답답한 계단실이 아닌 걷고 싶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연출에 힘을 줬습니다.”

울릉도에 위치한 코스모스 리조트는 울릉도가 품고 있는 빛의 꽃을 마주한다는 콘셉트를 반영시켰다. 작은 마을에서 새어나오는 실내 빛과 도로조명, 섬 주위를 둘러싼 어선의 강한 빛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조명을 계획했다.

또 방문객들의 야간 활동을 위해 낮은 휘도 값으로 은은함을 주는 조명을 설치하는 세심한 배려도 덧붙여졌다.

정 대표는 “그동안 만들어낸 이온의 조명이 50년, 100년이 지나도 콘셉트와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해 나갈 것”이라며 “또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온에스엘디가 되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KEB 하나은행 사옥.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KEB 하나은행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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