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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광장) 에너지전환시대에 요구되는 전력.가스시장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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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프랑스물리학자인 드니 파팽은 18세기 초 증기기관의 피스톤운동 및 밸브의 기본원리를 밝히고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보다 60년 앞선 1707년 세계최초로 증기선까지 제작했다. 당시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의 수학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풀다강에서 브레멘까지 증기선을 시험운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풀다강은 뱃사공길드가 선박운항권을 독점하고 있었고 이들 외에는 선박진입이 금지되었다. 파팽은 당시 하노버 당국에 풀다강 운항 허용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강에 띄운 그의 증기선은 뱃사공길드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시험운항에 성공하면 증기선으로 런던까지 운항해 유럽을 놀래주려던 그는 독일 당국과 뱃사공길드에 쫓겨 영국으로 도망치는 등 비참한 여생을 보내야 했다.

반면 제임스 와트는 파팽과 달리 기존 기득권자들에게 독점된 시장으로부터 혁신적인 기술의 진입을 허용해주는 영국의 개방된 제도를 누렸다. 심지어 그가 증기기관 특허권을 갱신할 때 의회에선 특허로 인한 불필요한 기술독점으로 자유경제가 저해될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영국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단순히 기술이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신기술을 포용하는 개방적인 시장제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한전 발전자회사들과 가스공사는 새로운 이해갈등을 겪고 있다. 발전자회사들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을 대체하려면 배출량이 적은 가스복합화력의 가동을 늘려야 하는데, 도시가스 도입비용까지 얹혀진 가스공사의 LNG를 의무구매하다보니 전력시장에서 석탄화력과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발전자회사들은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 직도입 시 연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직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가스공사는 도시가스요금 상승을 이유로 기존 의무구매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에서 ‘환경급전’을 제시했지만 이는 과거의 연료계약제도와 에너지가격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발전자회사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사실 한전 및 발전자회사들과 가스공사의 칸막이식으로 독점하는 현재의 에너지시장제도는 30여년 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그 소명을 다한 상황이다. 과거 정부는 주택난방연료를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 가스공사를 통해 비싼 도시가스 도입비용의 일부를 한전에게 부담시켜왔다. 대신 한전은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과 원전의 비중을 극대화시켜 중화학공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분담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가스보급률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고, 한전의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으로부터 덤핑판정의 타깃이 되었다. 또한 미세먼지, 온실가스, 후쿠시마사고로 인한 사회적 우려와 석탄과 원전에서 가스복합과 신재생으로 전환하는 에너지정책은 한국만의 호들갑이 아니라 OECD 모든 국가에서 공히 나타나는 추세이다. 매년 발표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장기전망은 해가 갈수록 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전설비수출 측면에서도 한화큐셀, 두산중공업, 한국로스트왁스 등이 태양광 및 가스터빈 관련 세계시장진출에 나서고 있는만큼 국내시장에서의 트랙 레코드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에 만들어진 전력과 가스시장의 칸막이를 제거해 발전자회사들은 자유로운 가스계약과 가스공사는 가스복합발전사업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전력과 가스시장의 융복합과 발전부문의 연료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전력과 가스가 하나의 결합상품이 된 상태이다. 일부에선 가스공사가 독점지위를 잃으면 규모의 경제효과도 잃어 총 도입비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일본은 지난 반세기 동안 20여개에 달하는 전력사, 도시가스사, 무역상사들이 합종연횡식 공동도입계약을 통해 가스공사와 동일한 수준의 도입비용을 유지해왔다. 물론 그동안 발전부문의 교차보조로 유럽의 PNG보다 더 저렴한 도시가스가격을 누려온 주택용 소비자들에겐 평균요금 인상이 불가피해보인다.

미국도 지난 1970년대까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도시가스가격을 통제해왔으나, 오일쇼크를 겪으며 에너지수요관리 진작을 위해 도시가스가격을 국제연료가격에 연동시키는 천연가스정책법(1978)을 통과시킨 바 있다. 따라서 정치권도 에너지전환에 동의한다면 ‘립서비스’만이 아니라 에너지시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한전도 박근혜정부에서 추진되던 소비자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생산, 판매를 허용하는 ‘프로슈머정책’이 왜 중단되었는지 제3자에 의한 객관적 평가과 함께 독점적 구조를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작성 : 2018년 04월 16일(월) 12:18
게시 : 2018년 04월 17일(화) 09:32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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