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사)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이영호 (사)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가 지난 24일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었다. 애초에 신고리 공론화 발단은 진척된 공사에 대한 과다한 매몰비용과 경주 지진으로 촉발된 원전주변 시민의 안전문제가 주 이슈였다. 그러나, 논점이 확대가 되어 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 에너지믹스정책 전반에 대해, 경제성, 전력수급안정성, 전기요금 인상 문제까지 두루 다루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원전수용성에 대한 국민적 판단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조사결과가 도출되었고, 다양한 정책 수립을 주도할 수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성과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 원전진영에서는 다음 대선을 기다려 원전유지나 확대를 주장하는 후보와의 연대가 불가피하고 선거결과에 따라서 새로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에너지전환 정책 변경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결국, 앞으로도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에너지전환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틀 안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공론화 후속대책으로서 좀 더 세밀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사회적 수용성 관점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는 지금까지 한국에너지공단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주로 담당을 해 왔다. 그러나 지원예산이 원자력분야가 집행하는 규모의 몇 십분의 일에 불과하여 지금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방치되어 왔다. 이 부분을 하루속히 바로잡아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균형감 있는 대국민 홍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한편으로 지역 수용성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참여 등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정부부처간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갈등관계가 늘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총괄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국무총리실 규제기능을 보완하여 가칭 '에너지수용성 진흥본부' 등과 같은 조정기구의 설치를 제안하여 본다.

지금까지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차원에서 에너지전환 정책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제 큰 그림으로서 정부 정책의 방향은 정해졌다고 본다. 앞으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하여 재생에너지 원간 믹스 조정과 신·재생에너지 수정 분류 및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하여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시급히 필요하다. 아울러,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여타 재생에너지 원들에 대한 균형있는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지역특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지역 연구기관, 지자체 및 지역업체와 공동으로 수행 할 수 있도록 예산의 적정 배분도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재생에너지 관련하여 독자적인 조직이나 연구기관을 확대 또는 설립하여 지역의 연구역량 구심체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복성 배제 및 연계성 강화 원칙을 바탕으로 우수한 신규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원전산업과 전문인력의 유연한 출구전략에 대하여 논의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판단이다. 원전유지나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쪽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에너지산업 글로벌 향후 전망이나, 정부의 에너지 전환 추진정책을 고려하면 마냥 반대만이 능사가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비록 드러난 결과는 없었지만 원자력 분야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와의 공존 관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어 왔다.

출구전략으로는 우선 원전산업계에 대한 업종전환과 새로운 폐로산업 진흥을 위하여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업체는 시장의 변동에 대비하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이 신규 원자로건설이 백지화 되어 손해를 입더라도, 해상풍력용 대형터빈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많아서, 향후 충분히 국내외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LNG발전의 확대로 수요가 크게 예상되는 가스터빈의 국내시장 진입이 조기에 달성되고, 충분한 트랙레코드의 확보에 힘입어서 막대한 규모의 수출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른 새로운 부품공급 체인이 활발하게 형성되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업종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원자력 전문인력의 규모는 점차 작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입학인력의 감소, 취업문제와 연구비의 축소일 것이다. 원자력 관련 기술은 핵공학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 기술과 관련이 있는 전기공학이나 기계공학과 같은 분야이다. 따라서 원자력관련 인력의 재생에너지 교육과 연구로의 전환을 유연하게 촉진하고, 교육 및 연구 예산 규모는 전체적으로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질의 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에너지 종사자들은 잘 알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의 어려움과 고충도 이해를 할 수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에너지 주권,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마냥 기다릴 것인가는 오롯이 당사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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