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성질 급한 벚나무가 꽃망울을 일찍 터트린 도쿄에서 3월 4일까지 사흘 간 세계 스마트 에너지 전시회 및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도쿄 스마트 에너지 주간 행사에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수소 연료전지, 배터리, 스마트그리드 등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되고 관련 최신 기술 및 시장, 정책 동향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회의 및 세미나도 같이 열렸다.

한마디로 이번 도쿄 스마트 에너지 행사는 매우 성황이었다. 전시에 참여한 기업 수가 1500개에 근접했고 전세계에서 전시회 및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10만여명에 달했다. 빈틈없이 채워진 전시공간에는 관람객들로 들끓었고 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기술 흐름 및 시장 동향을 소개하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유료 회의실은 행사기간 내내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점점 국내용 행사로 축소되는 추세인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분야 국제 전시회와는 달리 도쿄 행사는 규모와 실적, 내용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 재생에너지 전시회로 자리를 잡았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정장을 갖추어 입은 기업이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로 학생이나 일반인 참가자가 흔한 국내 행사와는 대조적이었다.

도쿄 스마트 에너지 행사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태양광 전시관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기업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세계 최고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을 필두로 LG전자, 신성솔라 같은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자국 태양전지 시장의 상당부분을 중국과 한국 기업에 내준 일본은 대신에 태양광 설치 및 유지관리 같은 시스템 시장을 장악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와 결합한 신흥 자가용 태양광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개척하고 있다. 풍력은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중국 기업들이 따라 잡는 형국인데 미쯔비시, 히타치 같은 일본 기업들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풍력 전시나 세미나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배터리는 일본과 한국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과 대만 기업이 추격하는 양상인데 다양한 응용분야가 생기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추세이다.

전반적으로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 재생에너지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56GW에 달했던 세계 태양광 시장은 2016년 64~68GW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63GW 보급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풍력도 해상풍력이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태양광과 전기차 보급 등 다양한 응용에 힘입어 배터리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수송에너지 전환에서는 전기차가 앞서 나가는 모양새이지만 연료전지 자동차의 도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와 혼다의 연료전지 자동차 상용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

미국 에너지부를 대표하는 기조연설자는 파리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미션 이노베이션(Mission Innovation)이 세계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세계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의 약 80%를 차지하는 20개국 정상들이 합의한 미션 이노베이션은 저탄소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 투자를 5년 내 두 배로 늘리자는 행동 계획이다.

미국은 청정에너지 개발의 범위를 지속가능한 교통, 재생에너지 발전, 건물과 제조업 에너지 절약으로 잡고 있다. 일본도 2030년까지 전력생산의 22~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인데 태양광이 주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징적인 것은 지난해부터 ‘전력시장 자유화’ 행사가 함께 열린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배터리,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전력시장에 융합되려면 독점적이고 일방향인 전력시장이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일본은 2016년 4월부터 전력시장 자유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전력소매 시장 개발에 따른 새로운 전력인프라 구축, 통합 에너지상품의 개발, 에너지시장과 ICT의 결합, 에너지시장과 유통시장의 결합 등 전력시장의 지각변동으로 관련 업계가 한껏 들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도 한겨울 고비는 넘겼다. 국내에서도 가정용 태양광을 비롯해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 시장이 확대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하나 둘 본궤도에 오른다면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의 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낡고 경직된 전력시장이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변신한다면 재생에너지의 봄은 더욱 화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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