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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찬 교수의 등촌광장)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의 득과 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여유분 이월 제한에 대한 계획을 공청회를 거쳐 5월 말 혹은 6월 초에 확정한다고 한다. 이 조치에 따라 배출권 부족에 허덕이는 구매자는 반기는 반면, 배출권 판매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의 배출권 시장은 크게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 하나는 유동성 부족이며, 다른 하나는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 문제다. 여기서 유동성 부족이란, 높은 가격이라도 배출권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배출권 유동성 부족과 배출권 가격 변동성은 서로 깊게 연관되어 있다.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쉽사리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고 그냥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업체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유동성 문제로 나타난다. 이번 정부의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를 보면 정부의 판단에는 불확실성보다는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는 것 같다. 여기서 배출권 이월이란 올해 이행년도에 여유분이 생기면 다음 해 이행을 위해 배출권을 유보해 놓는 것을 말한다. 본래 취지는 기업들에게 배출권에 대한 선택 여지를 넓힘으로써 더 낮은 비용으로 배출권거래제도에 순응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이러한 이월을 금지한다고 한다. 이는 현재 잉여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배출권을 쌓아 놓지 말고 어서 시장에 공급하라는 강한 신호이다.
이번 조치로 배출권을 구하고 싶어도 구입하지 못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체(정유, 철강, 발전 등)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고, 배출권 가격도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배출권 가격이 정말 하락할지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로 정부의 공청회 다음 날 배출권 가격은 다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출권 가격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이번 조치가 배출권시장의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배출권시장의 불활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는 여럿이 있지만, 한국의 배출권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된 요소는 정부의 ‘깜짝 정책’이라고 본다. 본래 시장에서 정부는 시장 조성과 규범만을 담당하고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이 자유롭게 거래를 통해 가격을 형성해 나가도록 해야 온전한 시장기능이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배출권시장에서 정부는 소위 ‘큰 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의 배출권시장 가격 예측 모형에서 다른 요인들보다 정부의 개입이 가장 큰 설명변수로 분석된다. 물론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적 개입을 통해 제도의 안정적 안착에 노력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개입도 민간이 새로운 룰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처음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에 대해 시장에 알린 것은 4월이며, 이제 고작 1개월 정도의 시간을 주고 민간이 적응하라고 독촉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크다. 민간의 적응 기간에는 정해놓은 ‘적정’ 시간이라는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6개월의 적응 기간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는 2020년에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대신 정부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왜 배출권시장에서 유동성이 적은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 원인 중 올해 할당이 민간의 감축여력에 비해 지나쳤을 수도 있어 추가할당을 고민해야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외부 감축 여지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내 외부감축도 중요하지만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촉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외 외부사업에 대한 허용 범위를 넓혀주고, 상쇄배출권을 원활하게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배출권시장의 유동성 문제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부의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는 정부가 앞으로도 배출권거래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인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의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도를 보다 진지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보다 신중하고, 예측가능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작성 : 2019년 06월 03일(월) 08:29
게시 : 2019년 06월 04일(화) 09:15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강희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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