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시대흐름 맞춰 고객 충성심 확보 ‘서비스 다변화’
알뜰하지 않은 자영알뜰주유소 “주유 서비스도 벅찬 상황”

GS칼텍스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이미지
GS칼텍스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이미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주유소 업계에 여실히 나타나는 모양새다. 다 같이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거대 자본을 소유한 정유 4사는 서비스 다변화로 활로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자영주유소는 영세한 자본 규모로 인해 서비스 다변화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정유 4사가 경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사실상 ‘주유소’라는 한정적인 이름을 떼고 있다. ‘기름을 넣는 곳’에서 ‘기름도 넣는 곳’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앞으로 정유사 직영 주유소에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택배를 받을 수 있고 물품도 보관할 수 있는 등 ‘융복합’을 키워드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유혹하고 있다.

GS칼텍스는 LG전자와 손잡고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주유·정비·세차 서비스 외에 전기차 충전, 전기차 셰어링, 전기차 경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융복합 스테이션’은 우선 서울 도심권 소재 GS칼텍스 직영 주유소에 조성한다는 전언이다. GS칼텍스와 LG전자는 이후 단계별로 기존 주유소를 ‘융복합 스테이션’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SK에너지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 ‘홈픽’과 물품 무인 보관함 ‘큐부’를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울산에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전기, 수소 등 차량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한곳에서 취급하는 국내 첫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을 출범시킨 바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정유사의 활동에 대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고객을 자사 주유소에만 묶어놓으려는 ‘구매 충성심’ 유도 목적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포인트 카드 등 회원 관리 시스템으로 고객을 확보해왔지만, 이제는 택배 서비스, 물품 보관 등을 통해 자사 주유소에 오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自營)으로 운영되는 주유소에 이 같은 서비스 다변화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오로지 싼 가격으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처지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ℓ당 100원 싼 주유소를 기치로 출범한 알뜰주유소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가뭄에 콩 나듯 ℓ당 100원 이상 저렴한 상황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간에는 ℓ당 20~40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운영됐다.

이 같은 자영알뜰주유소가 서비스 다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홍준 사단법인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자영업인 알뜰주유소는 설치 비용이 30억원에 육박하는 수소 충전소는 고사하고 1억원의 전기 충전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2017년 430개에 이른 자영알뜰주유소 중 현재까지 약 30개소가 폐업해 이제는 400개 남짓하다”며 “의도적으로 가격을 현격히 낮출 수도 없는 자영알뜰주유소가 정유 4사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석유공사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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