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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교수의 등촌광장) RE 100의 제도적 수용과 확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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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글로벌 IT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흥미로운 발표를 한 바 있다. 이는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등 3지역 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소위 ‘RE 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공표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유의 깊게 살펴볼 내용은 국내 사업장, 즉, 수원·화성·평택 사업장에 대해서는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과 지열 발전설비를 설치한다고만 발표한 것이다. 국내 사업장의 사용 전력에 대해 언제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의 RE 100 발표에 대한 이행 방안을 8월 말에 제시한 바 있다. 이행 방안의 주된 내용은 첫째, 재생에너지 구매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미국 등의 지역에서는 인증서 구매와 같은 간접 방식보다는 사업장이 위치하는 지역별로 재생에너지의 직접 구매에 집중할 것, 둘째, 재생에너지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책 입안자에게 제도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RE 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2014년 9월 환경단체인 기후그룹(Climate Group)과 환경 관련 데이터 분석 기구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연합으로 시작됐다. 2018년 현재 애플, 구글, BMW, GM, 네이버 등 글로벌 회사를 포함한 150개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영역은 IT, 자동차 등 산업 전 분야의 기업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애플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부터 충당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고, 글로벌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요구하고 있다.
한편, RE 100을 달성하는 수단으로는 1) 사업장 부지 내에 재생 발전원을 설치해 직접 발전하는 자가발전 방식, 2) 전력회사로부터 녹색 전력요금제(Green Pricing)의 형식을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 3)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전력구입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통해 조달하는 직접 방식, 4) REC(Renewable Energy Credit)와 같은 녹색인증서를 구입하는 방식 등이 있다. 여기서, 자가발전과 재생에너지 전력구입계약 등은 RE 100의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RE 100의 영향이 더욱 커지고, 이에 참여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넘어,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목표를 설정해 공표했다. 하지만 이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로 확대한다는 또 다른 공급 위주의 계획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가 공기업 및 민간 발전회사에 주어져 있고, 녹색인증서를 의무 당사자와 신재생 발전사업자 이외에는 거래할 수 없고, 기업을 포함한 소비자에 대한 전력공급은 한전만 독점적으로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수준의 경제 규모에서 유사한 사례를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 전력 및 에너지산업은 경직적이고 기존 공급사업자 위주이다. 또한, 정말로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을 포함한 일반 소비자들이 현재 상대적으로 더 비싼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이 반대의 경우, 즉,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한 기존 화력 발전원과의 직접 전력구매의 허용은 소위 크림 스크리밍으로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선호하는 친환경적이고 더 비싼 재생에너지의 직접 전력구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친환경 에너지 믹스를 진정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발전회사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의 재생에너지의 직접 구매와 녹색인증서의 거래를 최우선 허용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재생에너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과 관련 공유경제 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더 이상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중심의 RE 100 구현을 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
작성 : 2018년 11월 05일(월) 08:39
게시 : 2018년 11월 06일(화) 09:19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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