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통과시킨 이채익 의원 혼자 고군분투

천억 투자 UPA 1년 이자만 30억. 해수부 1조 5천억 방파제 등 외곽시설 투자

시노펙 왕위푸 회장 SK최태원 회장 만난 몇 달 뒤 시노마트 투자 철회

울산오일허브 사업이 투자자를 찾지 못한 채 울산항만공사(UPA)는 매년 30억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될 처지에 놓여 투자 지분 등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최근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해 울산 북항에 오일허브를 위한 매립지 등 기반시설을 완공했다. 한국석유공사(KNOC)가 주도하는 코리아오일허브터미널(KOT)에서는 울산항만공사가 건설한 기반시설 위에 탱크를 건설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코리아오일허브터미널에서는 기반시설을 사용하기는커녕 아직 투자자를 찾지 못해 울산항만공사가 이 모든 부담을 떠 안게 된 것이다. 민간기업이라면 기반시설을 다른 곳에 임대하는 등 수익 사업을 할 수도 있으나 공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자만 매년 지출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연매출 800억원에 불과한 공사에서 30억원에 달하는 이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정작 당사자인 한국석유공사보다 울산항만공사가 투자자 유치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울산항만공사 고상환 사장은 지난 4월 5~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벙커링 & 액체화물 저장 아시아 컨퍼런스에 참석,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한국석유공사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오일허브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선별하고 있다”면서 “치고 빠지는 업체보다는 꾸준히 참여할 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투자의 지속성, 철회 등의 문제는 계약서에서 처리해야 될 법적인 사안이며 이것을 이유로 투자 유치를 지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매년 30억원에 달하는 이자는 한국석유공사에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투자를 약속했던 외국 기업들이 철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네덜란드 탱크터미널 업체인 보팍(Vopak)이 철수했으며 지난해 초에는 사드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마트(Sinomart)가 철수했다.

울산오일허브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치권이 나서는 모양새다. 울산항만공사 사장 출신인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 울산 남구갑)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해 종합보세구역 내에서 석유제품을 혼합제조(블렌딩)할 수 있게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서울에서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관계자를 만나 투자를 요청했다. SK에 대한 울산시민의 관심은 각별하다. 지난 2004년에 (주)SK가 소버린 자산운용의 압박으로 경영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울산상의가 앞장서 시민들과 함께 SK주식사주기 운동을 하는 등 울산시민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SK가 여수오일허브에는 지분 투자를 했음에 반해 울산오일허브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SK에너지는 저장 탱크에 여유가 있어 탱크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여수오일허브 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총 투자금액 6천억 중에서 실질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지분구조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가 예정된 지분은 석유공사(울산항만공사 포함) 29%. 에쓰오일 11%, 포스코대우 5%, 프로스터(Proster) 25%로 70%이며 30%가 남아 있다. 이 지분은 원래 시노마트가 25%, 한화토탈이 5% 지분 투자를 약속했으나 철회한 상태이다.

석유공사와 에쓰오일이 투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코리아오일허브터미널(KOT)의 100억원이 실제로 발생된 투자금액이다. 그래서 지분구조에 연연해 하지 말고 지분 100% 원하는 투자처가 있다면 넘겨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방파제등 외곽시설에 1조 5천억을 투자했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있을 수 있으며 민간기업이 다시 다른 기업에 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특혜시비는 우려되지만 유가는 국제시세가 있어 폭리는 취할 수 없는 구조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민간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한편,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서는 선물거래. 상품권 거래. 파생상품 등도 논의되고 있으나 유럽 로테르담 오일허브도 금융거래는 런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장 탱크도 없는 울산에서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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