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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광장)규제의 본질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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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규제(regulation)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최근에는 개혁, 철폐, 완화, 폐지 등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연 규제는 완화 혹은 폐지의 대상일 뿐인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면 될 것을 규제는 왜 생겨났을까? 이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규제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규제는 일종의 사회적 규칙으로서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우리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규제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20세기에 있었던 규제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29년 대공황 이전까지 규제는 최소한으로만 있어야 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하면 된다는 야경국가(夜警國家) 하에서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적절히 조정되지 못하였다. 특히 대공황의 발생은 정치·경제·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하였는데, 사람들의 규제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경제주체의 탐욕이 자율적으로 절제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대되었다. 이때부터 규제는 사회 곳곳에 공익(public interest) 달성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독과점에 대한 규제, 근로환경에 대한 규제,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등은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근로자들의 권리를 증진시켰으며 자본시장의 투기과열을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운 여건하에서 만들어진 규제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또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성향이 규제의 공익적 성격을 포획(captured)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규제가 공익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규제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으며, 규제를 공익이 아닌 본인 이익(私益)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하려는 경향도 생겨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1960년대 이후 규제에 대한 비판이 확대되었으며, 1970년대에 들어서 이론적으로 확립되었다. 이때 확립된 규제에 대한 이론, 즉 규제가 공익적인 성격이 아니라 사익의 추구 하에 도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규제의 사익(私益)이론이 현재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 규제 개념의 근간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규제에 대한 이런 인식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서 확산되었는데, 규제가 많지 않았던 대공황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회적 기류가 조성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대공황 이전으로 무분별하게 회귀하자고 주장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사익을 추구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철폐를 해야 되지만 공익적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 규제는 존립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발전의 정(正)·반(反)·합(合) 과정에 해당되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한층 정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규제의 모습은 어떠한가? 규제의 본질적인 역할을 외면하고, 무의식적으로 규제는 나쁜 것이기 때문에 완화, 축소, 철폐되어야 될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규제는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이런 인식은 규제의 개념을 너무 단편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규제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 이후 사회가 변화하면서 대두된 환경문제 그리고 기존의 공익 및 사익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회적 현상 등의 출현으로 인해 한층 더 심화, 발전되고 있다.
그 동안의 규제와 관련된 연구보고나 우리가 접하는 대중매체에서는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온 경향이 없지 않다. 이것은 규제가 수행하고 있는 공익적인 역할을 간과하고, 규제 도입으로 나타나는 부수적인 부정적 효과만을 제시하고 있어 다소 편향되어 보인다. 특히 협의의 경제적인 논리에 입각하여 주장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 및 철폐 주장은 사회구성원 다수의 이익이 아니라 소수 이익집단의 이득만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어 다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사회현상이 복잡다기화 되면서 필요한 규제는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의 공익적인 역할, 사익추구의 성격 등을 고려하는 한편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를 고민하는 등 규제에 대하여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성 : 2017년 02월 20일(월) 08:09
게시 : 2017년 02월 24일(금) 10:02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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