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금년에는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증대된 것 같다.

기온이 관측된 이래로 가장 더웠다고 알려진 올 여름에는 전기요금과 관련하여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이슈가 되었다. 최근에는 기상청의 계기 지진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인근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기는 2014년 기준 화력발전(62%)과 원자력발전(30%)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전력 가격과 관련이 있는 발전원별 생산단가를 살펴보면 KWh당 원자력 62.69원, 유연탄 70.99원, 무연탄 107.69원, 석유 150.29원, LNG 126.34원, 양수 132.75원 등이다. 원자력과 석탄이 전기 생산에 있어 가장 경제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발전원 중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단연 원자력발전이다. 게다가 각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파리기후협약을 맺었으며, 이에 따라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반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원자력발전 생산단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견해 차이는 원자력발전에서 유발되는 외부성(externality, 또는 외부효과)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외부성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외부성이란 한 사람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줬지만 영향을 준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예컨대 윗집에 사는 사람이 악기 연주를 한다고 하자. 연주가 훌륭하다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연주를 공짜로 들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끔찍한 연주를 강제로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훌륭한 연주라고 생각하면 안정적으로 듣기 위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반대로 싫어하는 연주라면 연주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외부성은 긍정적인 외부성(사례의 전자)과 부정적인 외부성(사례의 후자)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비용을 지불하거나 보상을 청구하는 것처럼, 외부성을 해결하여 시장 성과를 개선하는 것을 내부화라고 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도 양면의 외부성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외부성은 원자력발전 사고위험비용, 안전규제비용, 입지갈등비용,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정책비용 등이 있다. 부정적 외부성을 내부화하기 위하여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을 지원하기 위하여 사업자 지원사업,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사업 등을 통해 소득 증대, 교육장학, 기업유치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긍정적 외부성으로 연구개발에 의한 파급효과, 에너지 가격안정성,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전기로 인한 고용 및 생산에 있어 파급효과 등이 있다. 만약 전력을 판매하는 독점회사가 이윤극대화를 위하여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면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이 비용부담으로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과 같은 가격의 외부성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이후 원자력 발전에 의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가격의 유지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미약하나마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긍정적 외부성 및 부정적 외부성은 현실적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을 도출하여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외부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반영할지 등은 사회적 합의인 정치과정을 통해 도출되기도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대처를 위한 한,중,일간 협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점검하는 등 부정적 외부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기관과 정책당국의 안전 강화, 안전과 관련된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의 노력이 부정적 외부성에 따른 비용을 낮출 것이다. 전력 관련 부정적 외부성 측면에서 원자력이 다른 발전원에 비해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적 이점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사회적 수용성 저하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성에 따른 비용을 높이게 된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부정적 외부성은 쉽게 알려지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으며,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 외부성 측면이 긍정적 외부성보다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당국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관련 기관은 안전과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도 지금은 원자력 발전의 긍정적인 외부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원자력 발전을 바라보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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