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대표이사(제주 전기차 에코랠리조직위원장)
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대표이사(제주 전기차 에코랠리조직위원장)

지난 금요일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중부발전의 이사회가 우리나라 화력발전의 효시인 당인리화력(현 서울화력)에서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 11월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1만kW 발전소가 준공되어 1970년 폐지까지 40여년을 불을 밝힌 것을 기념하여 光惠始源이라고 쓴 표석을 사진에 담고, 폐지된 1,2호기를 런던 템즈 강변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처럼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설명을 들으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방 직전 우리의 발전설비 용량은 남북 합쳐 172만3000여kW로 그 중 92%인 158만 6000kW가 수력이고 나머지 8%인 13만6000여kW가 화력발전설비였다. 그것도 설비의 88.5%인 152만3000kW가 북쪽에 편재되어 있어 남쪽에는 20만kW를 밑도는 11.5%의 설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관개용으로 설치된 섬진강 수계의 운암, 칠보수력과 한강수계의 화천, 청평수력을 제외하면 당인리, 부산, 영월의 화력발전이 전부였다. 이것으로도 당인리화력이 전력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해방 당시 생산공장 설비는 거의 운휴상태에 들어 가 대부분의 전력사용이 가정용과 전열 수용으로 그 규모도 지금은 중단된 개성공단 사용량(4∼5만kW)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6만kW 정도를 사용하였는데, 그것도 5만kW를 북한으로부터 수전하다가 1948년 5월14일 북한 측의 일방적인 대남 송전 중단으로 겪었던 아픈 추억을 기록한 전기백년사의 내용을 보면, 현재 우리가 달성한 1억kW의 금자탑은 아무리 칭찬하여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 뒤 계획적인 전원개발과 농어촌 電化사업, 지금도 일본이 부러워하는 220V승압,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사업의 성공적인 설비구축과 운전 경험은 세계가 인정하게 되었고, 마침내 UAE원전을 수주하여 계획대로 건설하고 있다.

1990년에 첫 일본 근무를 하며, 자존심이 상했던 게, 당시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듯 한전의 설비규모는 10개 전력사가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동경, 관서, 중부전력 다음 네 번째 수준의 설비 용량이었다. 3년 근무기간 중에 중부전력을 넘고 성장을 거듭하여 2004년 동경근무 시에는 동경전력 설비를 추월하였다. 현재 일본 1위인 동경전력 설비가 6400만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장황하게 설비관련 에피소드를 늘어놓은 이유는 지난 7월 19일 태안IGCC가스터빈 상업운전으로 발전설비가 1억8만8000kW로 1억kW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전기신문 보도를 접하고 전력사업에 36년여를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해방당시 남한의 설비가 고작 20만kW로 1948년 5.14 단전을 겪으며 전력난에 시달린 지 70년 만에 이룬 쾌거이다. ’68년에 100만kW, ’82년 1000만kW, 2001년 5000만kW 그리고 2014년 9000만kW에 이은 큰 성취이고, 이는 영국의 발전설비가 9000만kW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와 의미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에 수많은 전력인의 희생과 피땀이 함께 하였음을 많은 전력인은 기억하고 있다. 때로는 찬사와 비난과 근래에는 어느 때보다 심한 발전, 송변전 설비건설 반대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경제개발의 원동력인 전력을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아주 값싸며, 최고의 품질로 공급하고 있음은 국내 전문가는 물론 해외 발전사와 관련 기업이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과거의 한전처럼 전력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시절을 지나, 발전설비는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 6사와 민간이 담당하고, 전력수급의 전체 컨트롤 타워는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분담하는 등의 사유인지 몰라도 행사가 만사인 듯 연일 쏟아지는 현실에서 정말 아쉽게도 전기신문을 제외하면 이 중요한 이슈를 다룬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소 길게 설비 변천사를 살펴본 이유는 1억kW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우리 경제의 성공과 함께 축하해야 할 국가적 경사가 아닐까해서이다.

프랑스의 발전설비가 1억3000만kW로 우리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종료년도인 2029년 목표로 하는 1억3600만kW와 유사하다. 그러니 당분간 이런 큰 경사는 없을 것이고, 발전설비가 2억kW를 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일본 정도이니 다음 번 큰 경사는 남북통일 이후 어느 시점이 거나, 아니면 2억kW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더욱 아쉽다.

좀 더 성숙한 마인드로 발전설비 1억kW시대를 맞아야 한다. 사람도 성장에 맞춰 옷을 갈아입듯이 전력산업도 전체 큰 그림을 보는 시야로 지배구조, 수급계획, 계통운영과 시스템, 설비확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안 등에 대한 혁신적 검토와 발전적 모색이 필요하다.

그 첫 시험대가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국민적 이슈가 되고, 모든 문제점이 노출되어 도마 위에 올라 해결을 기다리는 주택용 누진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 당사자의 이해를 넘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방안을 찾음으로써, 미진했던 1억kW 시대에 대한 성찰과 그것이 주는 含意를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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