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퇴출 시점 정해 보상해줘야 잘못된 의사 결정한 사업자도 책임
선진국 탄소중립 더 앞당기고 개도국 유예기간 더 줘야 공평
2050년까지 상용화 불가능한 핵융합기술 탄소중립 도움 안돼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환경과 관련된 정책 및 기술의 연구개발 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갖춘 국책연구기관이다. 이곳 기후에너지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국내 최고의 환경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환경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3년부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환경정책 연구를 주도하며 기획조정실장, 정책연구본부장, 부원장까지 지냈다.

외부 활동도 활발해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분과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 중장기 조세정책 심의위원회 위원과 이달 출범하는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2050 탄소중립과 관련해 “환경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2050년 탄소중립이 아니라 10년도 안 남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라며 “당장은 산업계에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석탄발전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오다 최근 증가세가 정체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증가해 2018년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7억2400만t을 기록한 뒤 2019년 7억900만t, 2020년에는 코로나 등의 여파로 6억대 후반으로 낮아졌죠. 올해는 2019년 수준으로 조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증가세가 꺾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측정하나요.

“미세먼지와 달리 온실가스는 별도의 측정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구요. 연료사용량에 연료별 계수를 곱해 계산합니다. 아직 온실가스를 포집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연료사용량만큼 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거든요. 연료 중에서는 석탄이 가장 배출량이 많습니다. 석탄발전소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3억t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40% 정도가 석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죠. 2019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이유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석탄과 가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주신다면.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0.82인 반면, 가스는 0.38로 절반이 조금 안됩니다.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드는데 석탄이 가스보다 온실가스를 2배 이상 배출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가스는 발전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난방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가정에서도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난방하고, 요리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앞으로 전기사용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환경 정책의 최대 화두는 탄소중립입니다. 산업, 에너지, 수송, 건물 등 국내 기후변화 대응의 현주소를 평가해 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세계 12위입니다. 지난 150년간 누적으로는 16위 정도에 해당하죠. 이산화탄소 배출로만 따지면 세계 7위 수준이구요. GDP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데 그만큼 산업부문에서 배출되는 양이 50%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3대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7~38%인 점을 감안하면 발전부문과 이들 3개 업종을 합하면 전체배출량의 2/3 정도가 됩니다.

발전과 수송분야도 물론 쉽지는 않지만 석탄이나 석유를 신재생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부문에서는 석탄이나 석유를 대부분 연료가 아니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대체원료를 개발하지 않는 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발전부문과 수송부문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과거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경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하면서 저도 이런 분위기는 처음입니다. 탄소중립에 적극 동참할 테니 정부가 충분히 지원해 달라는 게 산업계의 요구입니다. 산업계가 바뀐 이유는 탄소국경제도라는 일종의 무역장벽이 향후 2~3년 내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업들도 시급해졌거든요. 삼성전자(반도체)와 LG화학(배터리) 같은 국내 대기업들은 전기차나 핸드폰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면서 이들 회사에 납품하려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거죠.”

▶최근 대통령께서 올해 추가적으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는데 어느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더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난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7년(7억900만t) 대비 24.4% 감축을 목표로 하는 NDC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5억3600만t을 국내에서 배출하고, 3800만t은 해외에서 배출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는 목표한 파리협정 지향목표 (1.5℃)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대통령께서 좀 더 줄이겠다는 결단을 하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줄이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2030년까지 산업부문에서 감축은 쉽지 않아 발전과 수송부문에서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석탄의 발전량 비중이 29.9% 정도로 전망했는데 상향된 NDC를 맞추려면 10%대로 줄여야 가능합니다. 석탄발전의 평균가동률이 40%대 수준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앞으로 10년도 안 남았는데 발전회사들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LNG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석탄발전의 조기 폐지가 시급합니다. 하지만 전력수급이나 비용 상승 등을 감안하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시장에만 맡겨둬서는 곤란합니다. 심각한 실업문제와 좌초자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협상이 필요합니다. 석탄발전의 퇴출 시점을 정해서 정부도 일정 부분 보상해줘야 하고, 사업자가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갑작스럽게 닥친 것은 아닙니다. 이미 5~6년전부터 석탄발전의 조기 퇴출이나 발전제약은 예견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사업자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력수급과 관련해선 신재생이 늘어날수록 부하 추종 능력이 좋은 LNG발전이 석탄발전보다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신규발전소의 경우 효율 좋은 복합발전이 아니라 효율은 희생하더라도 부하추종이 가능한 단독운전 방식의 가스발전이나 수소와 혼소가 가능한 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합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너무 늦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환경·에너지 전문가로서 탄소중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탄소중립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우리가 무조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은 기존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 목표치를 2℃에서 1.5℃로 낮추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동안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들은 2040년 정도로 탄소중립을 앞당겨야 하고, 개도국들은 2060년 이후로 유예기간을 줘야 공평하다고 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수립 중인 탄소중립 기술로드맵에 원자력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중립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앞으로 20~30년 내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50년까지 상용화가 불가능한 핵융합기술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또 최근 SMR에 대해서 주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경제성도 사회적 수용성도 낮다고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은 국가적 선언이나 정부주도 계획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과 산업경쟁력 약화 등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컨센서스가 필요한데요. 환경정책 수립시 이런 요소들도 고려하는지요.

“당연히 환경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요금이나 산업경쟁력은 고려 요소입니다. 특히 환경경제학자인 저는 모든 외부비용을 내부화해서 전기요금이나 세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에너지전환도 탄소중립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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