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효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대림산업 기술안전팀 부장)
정성효 한국건설안전학회 전기안전기술위원장(대림산업 기술안전팀 부장)

산업재해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산업재해의 원인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88%, 작업장의 불안전한 상태 10%,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 요소 2%로 분석되고 있다.

대부분의 재해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재해는 공사용 전기설비에 안전장치를 미비하는 불안전한 행동과 이로 인한 불안전한 상태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협소한 공간에 대규모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어 불안정한 작업환경에서 복합공정을 수행하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많고, 대부분의 작업에 전기를 기본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사용 전기는 영구 전기설비에 비해 안전성과 내구성이 부족한 임시전기설비를 통해 공급되고 설치와 이설, 철거 작업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설비의 안전성능이 특히 중요하다.

인간의 오감인 시청촉미후는 눈의 시각, 귀의 청각, 피부의 촉각, 혀의 미각, 코의 후각에 해당하는 다섯 가지 감각이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주변을 인식하여 학습하고 위험에 대응한다.

전기는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인간의 오감으로 통전상태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이다. 전기설비의 고장으로 인해 안전한 경로를 이탈하여 흐르는 통제불능 상태의 전기가 누전이다. 누전 전류가 인체로 통전되면 감전사고가 발생하고, 누전 전류가 흐르는 경로에서 Q=I2Rt[J]의 식으로 표현되는 줄열(Joule熱)이 발생한다. 전류 I[A]의 제곱에 전기저항 R[Ω]과 통전 시간 t[Sec]를 곱한 크기로 발생하는 열이 축적되는 열적경과가 진행되어 전기화재가 발생한다. 또한 누전 전류의 통전 경로가 간헐적으로 접속될 때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여 전기화재의 발화원이 되기도한다.

누전 전기는 On/Off나 강약 조절 등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의 전기로 전기재해와 전기 트러블의 근본적 원인이 된다.

전기안전공사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 국내에서 515건의 감전재해와 9240건의 전기화재가 발생했다.

전체 감전재해의 약 58%(300건)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했고, 재해의 원인은 충전부 노출, 보호 접지 미설치, 누전차단기 미사용 등의 불안전한 전기설비에서 발생한 누전이었다.

전체 전기화재의 약 82%(7558건)가 전기설비의 절연 손상으로 발생한 선간누전이나 대지누전 형태로 발생했고, 과전류나 반단선 등에 의한 사고도 결국 사고 부위의 기계적 손상이나 소손 등이 절연 파괴로 진전되어 누전화재 형태로 발생했다.

이와 같이 모든 전기재해의 근원이 되는 누전에 대한 세 가지 보호대책은 ▲충전부 보호 ▲보호접지접속 ▲누전차단기 사용이다. 전기의 정상 전류를 레일 위를 달리는 전철에 비유하면 누전사고는 탈선사고, 충전부 보호는 탈선사고 방지, 보호 접지와 누전차단기는 탈선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2차적 보호조치에 대응된다. 최고의 안전대책은 탈선(누전) 자체를 방지하여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고 차선책이 탈선(누전)이 발생했을 때의 보호조치이다.

안전보건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산업안전보건규칙 301조(충전부 보호), 302조(보호접지), 304조(누전차단기)에서 세 가지 대책을 우선 순위까지 그대로 규정하고 있고, 전기설비 시공 기준인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에서도 세 가지 보호대책에 대한 기술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감전, 전기화재, 전기설비 트러블 등과 같은 전기재해의 근본 원인 또한 누전 전기이고 이러한 전기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 보호대책을 적용해야 한다.

최선의 보호는 누전사고의 발생을 막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전기설비의 충전부를 보호해야 한다. 충전부 보호를 위해서는 전기설비에 대한 육안점검과 절연저항계(메거), 누설 전류계 등을 사용한 점검으로 적정 절연상태가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충전부 보호에 실패하여 누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보호대책이 보호접지와 누전차단로 선로(충전부)에서 탈선(누전)된 열차(전기)에 의한 피해를 막는 보호대책이다. 보호접지는 접지식 전력계통에서 누전 발생 시누전전류가 인명이나 설비에 피해를 주지 않고 대지를 안전한 귀로로 하여 누전전류가 전원 측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선로 고장으로 탈선한 열차가 안전하게 출발지점으로 귀환할 수 있는 선로를 구성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누전차단기는 누전이 발생한 전기설비의 전력을 차단하여 누전 전류에 의한 피해를 막는 장치로 탈선한 열차에 공급되는 전력을 차단하여 피해의 확산을 막는 것에 대응되는 대책이다.

이와같이 ▲충전부를 보호하고 ▲보호접지를 접속하고 ▲누전차단기를 사용하는 세 가지 대책으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재해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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