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60% 수준, 내년 4월 준공 목표
SK하이닉스·충북 등 국가첨단산단 수요대응
중부건설본부 “적기준공·전력공급 중책 다할 것”

첨단산업단지 수요 확대에 대비해 건설 중인 신청주변전소 전경. [사진=김진후 기자]
첨단산업단지 수요 확대에 대비해 건설 중인 신청주변전소 전경. [사진=김진후 기자]

지난 21일 찾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SK하이닉스 제4차 캠퍼스와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이로 약 40m, 아파트 7층 높이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느 생산공장과 구별하기 어려운 외형과 달리, 주요 산업시설이 즐비한 요충지에 수 기의 송전탑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 ‘신청주변전소’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총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곳 신청주변전소는 전력업계의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건설현장이다. 대지면적 2만9070㎡에 건축면적 4635㎡ 넓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현존하는 국내 일반 154kV·345kV급 옥내형 변전소 가운데 가장 크다. 전체 62%에 달하는 건물 외 면적은 변전소 중 가장 넓은 녹지로 재탄생한다.

현장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건설사업에 돌입해 현대엔지니어링, 쌍용건설 등 5개 업체, 60여 명의 근로자가 투입돼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준공시점인 내년 4월이면 청주시와 충북 일대,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지구의 전력수요를 구석구석 책임질 예정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종합공정률 60% 수준으로, 현재 진행 중인 골조공사 후 외벽과 천장, 주기기 반입을 마치면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은 송전탑 및 송전선로, SK하이닉스 등 전력 공급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진=김진후 기자]
건설현장은 송전탑 및 송전선로, SK하이닉스 등 전력 공급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진=김진후 기자]

◆ 반도체·이차전지 특화산단용 ‘엄격한 품질’ 고집

무엇보다 이곳 변전소의 특징은 ‘하이브리드’ 옥내형 변전소라는 점이다. 한전과 중부건설본부의 기술을 집약한 현장은 500MVA 용량의 345kV급 주변압기 4기를 비롯해 345kV 4개 회선, 154kV 6개 회선을 국내 최초로 함께 수용할 예정이다. 멀티뱅크 용량으로 치면 50MVA급 154kV 변전소 대비 10배 규모다. 외부에서 송전돼 온 345kV급 발전력부터 배전단 직전의 22.9kV급 변전설비까지 폭넓게 갖춰 계통연계부터 배전까지 책임지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신청주변전소가 이곳에 자리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고품질 전력이 시시각각 필요한 SK하이닉스와 앞으로 들어설 테크노폴리스 등 충북 권역의 수요가 대폭 늘어난다”며 “기존 간선 변전소의 수요대응력을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큰 현장”이라고 말했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11~24kV급 전력이 수용가로 보내지기 전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기능을 수행한다. 동시에 전국 단위의 전력 조류를 제어하고, 전압을 안정화하는 역할도 있다.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수도꼭지의 원리와 유사하다. 많은 수용가가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수압(전압)이 약해지거나 불안정해진다. 이곳 변전소는 일종의 대규모 물탱크로, 그동안 작은 파이프 수준으로 공급하던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전환하고, 수용가의 효율과 전압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용량 설비인 만큼 전기의 품질도 높아질 예정이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충북 반도체·이차전지 특화지구가 요구하는 엄격한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기에 알맞다. 특히 SK하이닉스 캠퍼스 내 위치한 발전소 전력을 소화하는 한편, 연 9GWh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거점이 될 오창 이차전지 혁신거점 국가첨단산업단지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주변압기가 들어설 1층 전경. 노란 주수조 파이프가 눈에 띈다. [사진=김진후 기자]
주변압기가 들어설 1층 전경. 노란 주수조 파이프가 눈에 띈다. [사진=김진후 기자]

◆ 중복전력·안전대책 확보로 ‘적기공급’ 빈틈 메워

건물에 들어서니 10m 높이의 압도적인 층고가 돋보였다. 1층에는 가장 중요한 주변압기(M.Tr)가 들어선다. 4층엔 154kV·345kV의 1·2차 연결 개폐장치, 3층은 1~4층을 연결하는 GIS 연결장치가 설치될 예정이다.

천장에는 만약의 화재를 대비한 소화용 주수조 설비가 빼곡했다. 일반 공기가 절연체 역할을 하는 노출형 변전소와 달리, 옥내형 변전소에 알맞은 가스절연변압기(GIS)가 설치되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GIS가 사용하는 육불화황가스(SF6)는 절연성도 높고 화재 위험이 낮은 난연성 가스지만, 3중의 자동 감지 센서로 혹시 모를 화재의 빈틈을 메웠다.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수위를 다투는 반도체 단지를 비롯해 산업계에 어마어마한 손실이 생긴다. 이 때문에 중복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설비확충은 물론, 운영·공정상 안전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건설현장은 정기·사안별 툴박스미팅(TBM)을 통해 팀별, 개인별 작업과 위험요소, 대응책을 매일 아침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층에서 전체 설비의 소방안전을 관할하는 소화 설비. [사진=김진후 기자]
지하층에서 전체 설비의 소방안전을 관할하는 소화 설비. [사진=김진후 기자]
SK하이닉스와 직결된 전력구 모습. [사진=김진후 기자]
SK하이닉스와 직결된 전력구 모습. [사진=김진후 기자]

지하에는 산단과 직접 연결된 전력구가 눈에 띄었다. 향후 선로작업을 마치면 남청주변전소·신진천변전소에서 유입된 전력이 이곳과 지상층 변압기를 거쳐 각 수용가 단위로 배분되고, SK하이닉스 등 주요 시설에는 전력구를 통해 비상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산이다.

두 종류의 고압 전력을 한 군데에서 종합하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이를 관할하는 제어 시스템부터 각종 첨단 설비가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졌다”며 “이를 조밀하게 설계하고 시공하는 부분이 도전이었지만, 역량을 결집해 해쳐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부건설본부는 국가첨단산업단지 계통망과 육지~제주 HVDC망 등 총 696건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첨단 설비건설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본부 내엔 변전·송전 건설본부 외에도 첨단건설실을 설치해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 면적의 54.2%를 관할한 가운데, 송변전·HVDC·전력구 등의 신증설과 설계 시공 임무를 전사 최대 규모인 46%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변전건설부는 신청주 외에도 전국에 3개의 변전소 건설 사업에 한창이었다.

부지 조성 과정에서는 암반 등 시공 지연요소가 있었지만, 한전과 SK하이닉스·테크노폴리스·충청북도·청주시 등의 의기투합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공정 단축의 해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중부건설본부 관계자는 “우리만 믿고 있는 산업단지가 배후에 있다.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신청주변전소의 적기 준공을 통해 국가기간산업 전력공급이란 본연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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