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차단기 입소문 퍼지면서 물류센터 등 설치사례 늘어
소방당국도 화재예방효과 인지하고, 관내 설치 적극 독려
아콘텍 비롯해 아이앤씨·비츠로·제일 등 제품화에 합류
설치의무화 규정 마련·높은 가격대가 보급확대 걸림돌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당시 사고는 전기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쿠팡을 비롯해 대형 물류센터와 화재위험이 높은 건물 등을 중심으로 아크차단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공=연합뉴스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당시 사고는 전기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쿠팡을 비롯해 대형 물류센터와 화재위험이 높은 건물 등을 중심으로 아크차단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공=연합뉴스

아크로 인한 전기화재를 획기적으로 줄여 줄 아크차단기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국내에 AFCI(Arc Fault Circuit Interrupterㆍ아크결함회로 차단기) 개념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나고, 아크차단기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설치 실적이 늘고 있는데다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 또한 속속 등장하면서 고객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있다.

차단기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성동소방서는 관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소방안전대책을 홍보하면서 아크차단기 설치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전북 부안소방서, 충남 청양소방서와 계룡소방서·당진소방서, 인천 영종소방서 등도 전기화재 방지를 위한 아크차단기 설치 필요성을 적극 홍보했으며, 강원도소방본부는 도내 4개 시·군 100가구에 아크차단기 설치를 직접 지원했다.

아크차단기는 스위치의 온·오프와 같은 정상적인 조작에서 발생하는 아크에는 동작하지 않고, 절연열화나 압착손상, 층간단락 등으로 아크(불꽃방전, 전선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파크현상)가 발생한 경우에만 전원을 차단하는 보호 장치다.

일선 소방당국이 ‘아크차단기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 제품의 전기화재 예방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실제 1999년 UL 1699 AFCI 표준을 제정한 뒤 2002년 주택 내 아크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한 미국에선 연간 전기화재의 50% 이상이 감소했다는 미국방화협회(NFPA)의 2011년 분석결과도 있다.

때문에 매년 일어나는 전기화재의 80% 이상이 아크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아크차단기 도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소방청이 지난 2021년 건축위원회 심의 표준 가이드라인과 성능위주설계 평가 운영 표준 가인드라인에 아크차단기 설치를 명시했고,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도 화재위험이 높은 20A 이하의 분기회로에 제품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모두 권고사항이다.

이에 전기안전공사와 전기협회, 숭실대, KTC 등을 비롯해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비츠로이엠 등은 함께 아크차단기의 신뢰성 필드테스트를 진행하는 한편 제품규격과 설치 법제화를 위한 초안까지 작성하는 작업을 오는 2025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기업들 또한 시장선점을 위한 제품화에 본격 나서면서 현재 4개사(아콘텍,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비츠로이엠, 제일전기공업)가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아크차단기’를 개발한 아콘텍은 멀티탭형 아크차단기, 스마트 아크차단기를 거쳐 3세대 모델인 ‘슬림형 스마트 아크차단기’를 선보였다.

슬림형 스마트 아크차단기는 일반 누전차단기와 호환이 가능한 국내 최초의 초소형 제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슬림형 스마트 아크차단기는 기존 누전차단기와 비교해 길이만 2cm가 더 길고, 폭과 높이는 똑같아 분전반에서 기존 누전차단기를 떼 내고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지난해 기존 1세대인 와이파이 탑재형 아크겸용 누전차단기에 이어 각 분기회로의 정보를 차단기 타입의 게이트웨이를 통해 누전, 과전류, 아크 등을 수집해 사용자가 진단, 분석할 수 있는 2세대 제품을 내놨으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비츠로이엠은 지난해 아크 감지를 통해 유해 아크를 감지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탑재한 아크보호겸용 누전차단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특히 아크성 노이즈에도 차단되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위해 노이즈 인지 분석 기능을 활용, 실제 아크에만 동작하는 기술을 탑재해 한층 더 신뢰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제일전기공업 또한 미국 이튼에 아크차단기의 핵심 부품인 PCBA 등을 오랜 기간 공급하며 쌓은 신뢰도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제품을 개발하고, 대형 물류센터 등 화재위험이 높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차단기 시장의 1위 사업자인 LS일렉트릭 역시 현재 기술개발은 완료했으며, 법제화 추이 등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제품화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향후 관건은 아크차단기의 제품가격 하락과 보급 의무화를 위한 법제화 제정 여부다.

차단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들 4개사의 아크차단기 가격은 일반 누전차단기 대비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비싸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아크차단기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법제화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과제에 제조업체 외에 전기안전공사, 대한전기협회, KTC 등이 함께 보급과 법제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는 만큼 2025년 6월 과제 종료 이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 관계자도 "이번 과제에서는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아크차단기의 전면적 도입보다는 적정한 설치장소, 특정 설치부하 등을 파악하고, 무리 없이 아크차단기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목표 중 하나"라면서 "실제 아크차단기의 경우 오동작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데,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면 오동작도 감수하겠다는 현장에선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 공장, 축사, 돈사 등에서 제품을 설치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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