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관련 사업 확대 추진
해저케이블·ESG 등 새 흐름 적극 대응

친환경 정책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해저케이블이 전선업계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LS전선이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포설하는 모습.
친환경 정책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해저케이블이 전선업계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LS전선이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포설하는 모습.

전선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 기조가 확대되면서 에너지전환·ESG 경영 등의 대내외적인 산업환경 변화를 기업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근래 들어 확대일로에 들어선 친환경 정책이 성장한계점에 직면한 전선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해상풍력 등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뜨는 해저케이블, 상승세 탄 기업들=해저케이블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도입을 필두로 한 친환경 흐름과 맞물려 가장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해저케이블은 해저에 부설해 통신 또는 전력용으로 사용하는 케이블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풍력 확대에 따라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2년 약 58조원에서 2027년 약 150조원으로 3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 중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수요가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시장과 아시아권역에서도 두루 성과를 내며 한국 전선산업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주한 대만 해저케이블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LS전선은 해상풍력 건설업체인 CDWE(CSBC-DEME Wind Engineering)로부터 2000억원 규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으로 인해 LS전선은 현재까지 발주된 대만 해상풍력단지 사업의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석권, 총 8000억원에 달하는 수주고를 올렸다. LS전선은 앞으로도 대만 해저케이블 추가 입찰이 1조원 이상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판로를 확대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북미시장에서도 속속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1월 LS Cable Systems America, Inc.와 3547억원 규모의 북미지역 해상풍력용 케이블 납품 및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성과가 장기 성장성이 큰 북미시장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30GW, 2050년까지 110GW의 해상풍력을 배치할 계획이 있다. 이번 사업에 이은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도 LS전선의 장기성장을 예견했다. 삼성증권의 투자보고서는 “장거리 운송비 부담으로 인해 유럽 경쟁사 대비 수주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 미국에서 수주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LS전선의 영업이익률이 대만 해저 케이블 수주 이후 4%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에서 이뤄진 미주 해저 케이블 수주는 이익 모멘텀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투자 확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7월부터 해저케이블 사업 기반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투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 동해 사업장에 약 1859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수립한 LS전선은 제2사업장 내에 국내 최대 높이의 전력케이블 생산타워(VCV타워, 수직연속압출시스템)를 구축하는 등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확산에 따라 친환경 사업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해저케이블 등 관련 사업의 차별화된 역량과 신사업 발굴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쏟아내며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재계 37위의 호반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적인 경영 환경과 개선된 재무구조를 확보한 결과,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전선은 국내외 초고압케이블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초고압 분야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꾸준히 인정 받아왔다.

지난 1월 싱가포르 전력회사인 SP파워에셋(SP PowerAssets)이 발주한 400kV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2월 170억원 규모의 캐나다 230kV급 초고압 전력망 턴키 프로젝트, 이달 초 미국 법인인 T.E.USA가 600억원 규모의 230KV급 초고압 전력망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한 게 대표적인 예다.

대한전선이 초고압케이블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한 것은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일찍이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을 위해 해저케이블 사업을 준비해온 대한전선은 지난 2월 충남 당진 고대지구를 해저케이블 신공장 부지로 확정하며 첫걸음을 뗐다.

충남 당진은 대한전선의 주요 생산시설인 당진공장이 있는 곳으로, 기존 공장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공장 건설 및 관리,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지 선정 초기부터 최우선 후보지로 꼽혀 왔다. 특히 고대지구는 당진공장과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고대부두와 바로 맞닿아 있어 케이블 선적 경로가 매우 짧은 것이 장점이다.

대한전선은 이번 투자를 통해 2023년까지 66kV급 내부망과 154kV급 외부망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장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345kV 외부망과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등으로 생산 제품군을 확대하고 시공 역량도 확보해 해상풍력 전문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 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신공장 부지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와의 접근성, 기존 공장과의 시너지 및 생산 효율성, 부두 사용 편의성 및 안정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을 때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기 최적의 위치”라며 “공장 부지를 확정한 상황인 만큼 인허가 등 제반 사항 진행과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산업계에 ESG 경영 도입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전선업계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대한전선 임직원들이 ESG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전 산업계에 ESG 경영 도입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전선업계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대한전선 임직원들이 ESG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ESG, 전선업계 참여 줄이어=최근 전 세계 산업계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은 전선업계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ESG 도입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과 연계되면서 혜택이 뒤따르자, 리딩기업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경영방식 전환에 나서는 흐름도 포착된다. ESG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선기업들은 ESG 도입이 곧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직결됨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한전선이다. 대한전선은 전선업계 최초로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중장기 환경전략 및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등 다각적인 활동으로 업계에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실시한 ‘2021년 ESG 평가’에서 전선업계에서 유일하게 통합 A등급을 받았다. 특히 환경(E) 부문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환경 경영을 구체화한 중장기 전략 ‘그린 2030’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실천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환경 분야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그린 2030은 ESG 경영의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며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LS전선도 지난해 6월 ESG경영 비전을 선포한 이래 ESG위원회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과 안전 관리 등의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에는 LS전선의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글로벌 홍보마케팅 대회 ‘갤럭시 어워즈’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집에서 씨앗 키우는 통나무’(집씨통) 활동을 통해서도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 등 현재 세상의 변화는 LS전선이 추구하는 비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가온전선도 지난해 ESG 경영 도입을 위한 전략과제를 수립,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이행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상반기 중에는 ‘가온전선 ESG 선포식’을 개최하는 동시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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