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비용·인력 투입해도 상용화까지는 ‘먼길’
국가 R&D 과제 사업화율 제고 위한 대책 시급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용 전차선시스템이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됐다. 기존 해외기술과 비교해 터널 공사비를 15% 이상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근래 들어 국내 GTX 사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스템의 개발이 ‘기술개발(R&D)-상용화’의 선순환고리를 만드는 전환점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주관한 ‘250km/h급 강체 전차선로 개발’ 과제가 성공리에 완료됐다. 앞서 2014년 R&D 과제가 시작된 지 3년 8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총 46억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자된 이번 과제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철도기술연구원·한국전기산업기술연구조합 등 기관을 비롯해 디투엔지니어링·LS전선·평일 등 철도기자재 전문업체들이 참여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철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강체 전차선로 시스템을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 200km/h급 고속용 전차선로는 개발 경험이 전무했다. 최근 추진되는 주요 철도들이 장대 터널을 중심으로 한 고속철도에 집중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번 과제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시작됐다. 고속화로 전환하고 있는 국내 철도 환경에 대응하면서, 핵심기술 국산화로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 이 기술이 단순히 기술력뿐만이 아닌, 다방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상용화다. 정부에서는 매년 수십조원을 국가 R&D 과제에 투입하고 있으나, 높은 개발성공률과 달리 사업화율은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장시간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더해, 상용화 실패의 책임까지 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개발된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RTCS)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철도제어시스템의 부재에 따른 외산시스템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KRTCS 개발을 추진했지만, 2014년 개발이 완료된 지 4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 시점에도 KRTCS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 개발 이후에도 판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개발 참여 업체들이 다시 외산시스템 수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업계에선 R&D 과제 추진과 함께 상용화를 유도할 다양한 방안들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산 기술의 경우 개발이 끝난 직후에 사업에 참여할 시 실적 등을 이유로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GTX용 전차선시스템 과제에 참여했던 김낙경 디투엔지니어링 대표는 “국가 R&D는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로 재편돼야 한다”며 사업화율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인터뷰 12면

김 대표는 “업계에선 R&D를 해도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R&D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며 “국산화 기술은 국내 철도 산업 발전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초석이 되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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