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체크인증 이관도 목표시점 넘었지만 호응 없어
제대로 된 논의과정 거쳐 합리적 방안 찾아야

합리적인 토론이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도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기능조정 방안은 자본잠식 중인 대한석탄공사를 사실상 폐지하고,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매판매와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한 가스도입·도매 분야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등 5개 기관을 통폐합하고 2개 기관을 단계적으로 구조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9개 기관은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비핵심 업무를 축소하는 등 관련 업무와 기능을 조정하는 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라 기능조정 관련 20개 과제 중 기초전력연구원 폐지를 포함한 6개는 이미 완료됐고, 14개 과제는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에너지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재무구조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처방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방식과 시기 등을 정하면서 공공기관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 점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인증기능 폐지다.

기재부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 중 하나로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인증기능 폐지를 결정하고, 올 상반기까지 관련조직과 기능을 폐지하도록 요구했다.

시험·인증기능은 법정업무가 아닌 비핵심 업무이며, 민간에 경쟁기관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일반용전기의 사용전점검 업무를 모두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해 전기안전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기안전공사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등 4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V체크인증을 내준 총 48개사(70개 공장, 5월 31일 기준)에 대한 인증업무 이관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도 최근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등 관련 부처도 이렇다 할 지침이 없고, V체크인증기업 역시 타 인증기관으로 옮겨 갈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 발표 이후 전기안전공사에서 타 시험인증기관으로 V체크인증을 이관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V체크인증 기업 관계자는 “6월에 KTC, KTR 등의 관계자가 우리 회사에 와서 기관을 소개하고, V체크인증을 옮겨 주면 최대한 서비스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간 뒤에는 별다른 움직움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옮길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흘려 들었다”고 말했다.

난처한 입장은 전기안전공사도 마찬가지다.

당초 기재부 안은 올해 6월까지 관련조직과 기능을 폐지하도록 요구했지만 전기안전공사는 인증기업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 안전인증센터에 최소한의 필요인력 3명만 남겨두고 정부 방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정한 방침은 있는데, 인증기업들은 타 기관으로 옮겨가길 원하지 않으니 우리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V체크인증기업 관계자는 “전기안전공사 V체크인증 시장이 겨우 5억원 규모다. V체크인증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규정에 없는 새로운 제품 등이 나왔을 때 현장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면서 “공공기관 업무에 대한 이해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새 정부에서 청산해야 할 또 하나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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