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에너지매체 최적운용 분석 ‘국가에너지전환 분석모형’ 개발

지난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시작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고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1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 발표까지 채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계획은 큰 변화를 맞았다. 우선 에너지 계획의 수립주체, 수립방법, 공론형성 등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국민의 참여가 크게 확대됐으며 에너지를 대하는 우리의 시각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열망이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란 명칭으로 우리들의 의사결정에 자리했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기술의 과학적 발전과 기술경제적 가치판단,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에서 충분한 숙의와 연구의 시간이 필요하며 과학적 사실에 근간한 객관적인 정보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현 세대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단지 에너지 자원을 물려주는 것을 넘어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현 세대가 이용하는 에너지 매체(energy carrier)는 전기, 열, 가스, 수송 등이 있으며 최근 수소에 대한 역할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시스템(energy system)은 생산(generation)과 이용(utilization), 그리고 전달(transmission) 과정을 에너지 매체별로 최적의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때의 최적이라 함은 에너지 매체별 상용화된 생산기술과 이용 방식 및 전달 기술에 기반한 선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에너지시장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생산기술이 태동해 시장에 진입한다면 현재의 체제가 최적인지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또 에너지 매체별로 최적화된 상태가 에너지 매체간 전환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미래 에너지시스템은 에너지 매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용방식을 가질 것임에 선택의 복잡성(complexity)이 증대되고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의 의사결정은 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터이기에 우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하기 위해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미래 에너지시스템의 비전과 목표를 국민들이 만들어가고 공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상 장기 목표로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중기적으로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이로써 국민이 감내해야 할 비용과 얻을 수 있는 편익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민의 비용 체감도나 불편함이 낮은 상태로 부지불식간에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국민의 비용 체감도는 절대적 수준이 아닌 상대적 가치로 설명되므로 우리가 궁극적인 미래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어떠한 경로(pathway)로 이행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타 재화의 가치를 감안하여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전술한 과학적 사실에 근간한 객관적인 정보위에서 에너지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기반인프라로서 단일 에너지매체의 최적운용을 넘어서 복합 에너지매체의 최적운용을 국가(또는 지역)차원에서 분석하는 환경으로『국가 에너지전환 분석모형』을 개발(2018~2020)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에너지전환 경로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색하는 분석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KERI에서 개발중인 국가 에너지전환 분석모형.
KERI에서 개발중인 국가 에너지전환 분석모형.

에너지전환을 위한 공급기술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주로 전기에너지 관점에서 접근됐으나 열, 가스, 수송, 수소 등으로 이용방식을 다양화하고 전기에너지의 경제적 저장수단으로서 타 에너지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에너지 매체를 통합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국가가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분석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면서 선결돼야 하는 일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국가 에너지전환 분석모형’은 우리 사회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숙의되는 과정의 기반 인프라로서 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에너지전환은 긴 호흡과 현 세대의 노력으로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전수하는 과정이고, 현 세대의 의사결정이 매우 과학적인 분석과 전략에서 비롯되기를 희망한다.

이우남박사, 조기선센터장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전력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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