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철도사업, ‘퍼주기’ 아닌 ‘선투자’

사전 준비 없으면 주변국에 실익 넘겨줄 위험 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효과 보고 사업 접근해야

“무한한 가능성과 위기. 2009년 유라시아철도에 몸을 실은 뒤 느꼈던 감상입니다. ‘북한철도만 연결된다면 우리도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급격히 발전한 중국 철도산업에 정신이 펄쩍 들었죠.”

진장원 한국교통대학원장<사진>은 처음으로 유라시아 열차에 탑승했던 때의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그가 지난해 3월 대한교통학회 산하에 유라시아및북한교통연구위원회를 조직한 배경이다.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은 진 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의 경제발전상을 지켜보며 국내에서도 선제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논의할 필요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위원회에는 민·관·산·학 부문 전문가 15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철도와 도로망, 종국적으로는 유라시아 진출을 위한 정책·기술 계획을 수립하는 게 목표죠.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위원회는 이번 달에만 관련 기관들과 함께 두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7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공동대표 노웅래·홍문표 의원)와 개최한 행사에서는 남북철도를 매개로 한 물류산업 발전방안을, 9일 열린 학회 세미나에선 북한 인프라 투자 전략을 모색했다.

진 원장은 각 부문의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국내 산업계엔 유라시아 진출을 위한 3가지 조건이 결여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인프라와 의지, 그리고 물류산업 기반이 바로 그것이다.

“남북철도의 주요 노선으로 언급되는 게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입니다. 물론 북미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대북제재가 걸려 있으니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도 예비타당성조사마저 면제되지 않아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건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것이죠.”

그는 이러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문호가 열리는 시점에 국내 산업계가 가져갈 몫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전략 구상) 실현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주축으로 대대적인 철도망 확대에 나서고 있는 터라 국내 철도업계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주횡단철도(TMR)·중국횡단철도(TCR)·몽골횡단철도(TMGR) 등 노선과의 연결을 추진한다면 일본, 더 나아가 미국의 물동량까지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도권을 뺏기면 반대 상황도 발생할 수 있죠. 중국과는 적절한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남북경협을 두고 불거진 ‘퍼주기’ 논란과 관련, “대북철도사업은 선제적 투자”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유라시아 철도망이 연계되면 물류산업 확대와 동시에 수천만 명의 여객수요도 발생할 겁니다.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더 크다는 얘기죠.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눈앞의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지혜입니다. 정치권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공동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