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노후케이블, 내구연한 법제화 문제
수용가 맞춤형・정책적 차원의 접근 필요

오래된 전선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명이 다돼 사고 가능성이 있는 전선을 진단하고,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권고하거나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즉, 전선·케이블의 내구연한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력용 케이블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진단을 통해 전선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이와 별도로 일정기간 사용한 뒤에는 새것으로 교체, 노후 케이블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특히 배전 케이블 중 변압기 선로를 구성하는 60㎟ 전력선의 경우 ‘당해년을 제외한 26년 경과’한 것은 별도의 진단 없이 일괄로 교체한다.

매년 26년 경과분 진입 케이블에 대한 연도별 교체계획을 수립하며, 올해의 경우 78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99c-km 가량 교체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기본 방침은 진단을 통해 케이블 불량을 찾아내고 교체하는 방식이지만, 변압기 선로의 경우 진단이 어려워 일정기간 사용 후 일괄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26년 경과 케이블을 교체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고장 확률과 경제적 측면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전 사례를 수용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수용가 케이블에 대한 맞춤형 접근과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수용가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선 수명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정립,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할 부분이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선 수명 연구에 대한 니즈는 산업화로 인해 1990년대까지 가파르게 늘어난 전력기자재의 상태가 노후화되고 고장 빈도가 잦아지면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나 지난 밀양·제천 화재 등 큰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전선 수명 연구의 필요성과 내구연한 법제화가 이슈화되지만, 실행으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제 2014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사회 전반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을 때, 업계 차원에서 전선 및 케이블 수명 조사를 추진한 바 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연구 추진 당시 수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너무나 많아, 일괄적인 수명 정립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결국, 전선 수명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 환경과 열화 요인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밀양 참사를 계기로 노후 케이블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전선 내구연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조합이 수배전반의 내구연한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 같은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기조합은 전력기기 사고 시 작업자의 인명, 경제적 파급이 매우 커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구연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적극 추진, 국내외 전력기기 내구연한에 대한 자료나 사례를 수집하는 기초조사와 연구기관 용역, 공청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선업계도 전선 수명, 내구연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전선·케이블의 수명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열화를 가속화하는 각종 변수, 고장·사고 사례 등을 조사하는 등 심층적인 연구와 함께 내구연한 법제화를 위한 방안까지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성능, 품질이 개선된 케이블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과거 사용하던 구형 전선의 안전성 검토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해지고 있다.

20~30년 전과 비교해 수용가 내에서 다양한 전자제품이 사용되고, 전력소비량이 늘어나는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구형 전선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일례로 IV 2.0을 사용했을 때 전선에 걸리던 부하는 조명 정도였지만, 이제는 냉장고, 세탁기를 비롯해 다양한 가전제품이 부하로 추가됐다”며 “구형 전선으로 이를 감당하려 한다면, 과부하나 누전 등의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후 케이블과 내구연한 법제화 문제는 국민의 생명, 재산과 관련된 이슈로,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기안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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