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이미 궤도에 올라
한국형 FIT, 농촌 태양광 등 성공사례 만들어야”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목표는 실현될 수 있을까.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실현 방식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정부와 사회,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하루 빨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오랜 시간 에너지와 환경・경제문제에 천착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정부의 제도 형성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중요한 건 성공사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제언했다.

“정부관련 회의를 가보면, 산업부 외의 부서에서는 정부의 예산과 의지가 있는데 왜 성공사례가 딱히 없느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속성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죠. 이미 한국은 15년의 재생에너지 제도 실행 경험이 있지만, 그 실현이 여전히 어렵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수용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이 소장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이 ‘한국적’ 특수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토지가격이 높고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 교육수준과 권리 의식이 높아 민원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점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시공하는 그 자체의 비용보다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수용성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시장입니다. 주민수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영향을 크게 미치죠. 여기에 토지비용, 인허가 비용, 계통비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술적 잠재량이 아무리 많아도 ‘시장 잠재량’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는 수용성의 제고를 위해서 하루 빨리 한국형 FIT, 농촌 태양광 등의 성공사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선순환과 발맞춰 RPS 제도의 보상체계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습니다. 태양광의 경우 170~180원 수준이죠. 이러한 상황이 꼭 보상체계만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상이 정부 정책에서 너무 높게 책정된 보상가격 때문인지, 아니면 토지가격이나 민원비용 등 다른 부수적인 요소 때문인지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만일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RPS 제도에 경매제도를 일부분 도입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2016년 시범사업을 통해 FIT 제도 하에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 등 프로젝트별 대규모 사업에 경매를 도입해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를 봤다. 또 덴마크,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이 경매제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추고 있다.

“경매제도를 도입하는 건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도입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에요. 주민 참여, 한국형 FIT 등 소규모 사업자들의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권장해 유입인원을 늘려야 하는 만큼 한 편에서는 비용효과적인 장치를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소장은 경매제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전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가능한 입지를 파악・관리하기보다는 사업자들이 개발행위허가를 요청하면 그제야 따라 움직이는 형국이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풍력발전입지’라고 하면, 민가가 1km 반경 내에 없는 곳을 말합니다. 이 밖에는 인허가를 얻는데 제한이 없어요. 식생,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 등은 이미 정부가 5~7년간 걸려 파악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풍력발전사업이 가능한 입지가 어디인지 이미 파악된 상태죠. 한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발전사업자가 먼저 발전기를 설치할 곳을 찾고, 수익이 나는지 입지조사를 하죠. 정부가 먼저 입지를 파악하는 게 정상이에요.”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기에 적절한 곳이 어딘지는 정부가 먼저 파악을 한 뒤 국・공유지의 경우 입찰을 통해 지원을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정부와 같이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등이 개략적이라도 각자의 제도를 오버랩해서 적절한 입지가 어디인지를 확인해놓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먼저 적정 입지를 찾는다는 게 이번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들어있는 ‘계획입지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죠. 무엇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성공사례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수용성과 경제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사례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합니다. 마을 단위나 협동조합, 학교 같은 곳에서 재생에너지로 인한 수익이 순환되는 것을 시민들이 직접 경험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속도가 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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