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한 지인은 직장생활 5년차인 20대 후반 자동차를 살까 집을 살까 고민하다 결국 집을 선택했다.

그 당시 주변의 많은 젊은 친구들은 여자 친구도 사귀고, 삶을 즐기려면 차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그 지인은 당장엔 조금 불편하더라도 과감히 집을 선택했다.

그는 집을 선택한 이유로 감가상각을 들었다.

감가상각이란 시간이 지나고 사용할수록 물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경우 구매하는 날부터 바로 가격이 떨어진다. 1억원짜리 고급차라도 3년만 지나면 5000만원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감가상각의 예외가 바로 집이다.

집값은 물론 등락을 거듭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적으로 오른다.

특히 주택호경기에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새 아파트보다 오히려 오래된 아파트가 더 비싼 기이한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지인이 처음 2억원을 주고 산 그 집은 10년이 지난 지금 7억~8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 지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갭 투자를 통해 현재 집을 3채나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집의 감가상각 예외를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는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려다보니 생활수준은 전세 사는 사람만도 못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그를 ‘집 가진 거지’라고 놀리곤 한다.

전셋값이 집값의 70∼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전세금을 낀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보다 상대적인 빈곤층이라는 의미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도 자동차처럼 빠르게 감가상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집은 계속해서 건설되는데 인구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흐름을 봐도 매매 침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지역 주택 전셋값이 5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서울의 전셋값이 하락 전환하면서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은 한 달 새 0.13% 하락했다. 지방의 하락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도 0.55%로 전월(0.94%)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지방은 전월과 동일한 0.04%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집이 계속해서 감가상각의 예외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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