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란이 대규모 유전 개발에 합의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신냉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두 나라가 밀착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란 관영매체인 IRNA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자루베즈테프트와 함께 이란 서부에 위치한 유전지대 2곳을 개발하는 계약을 지난 14일에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7억4200만 달러로 러시아의 자루베즈테프트가 프로젝트 자본금의 80%를, 이란 민간 기업인 다나 에너지가 20%를 부담한다. 이들은 이번 계약으로 이라크 국경과 근접한 서부 일람주에 있는 아반과 파이다르 유전지대를 공동 개발한다. 양 기업은 2곳 유전 지대에서 하루 3만6000~4만8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테헤란에서 열린 계약식에 참석해 “아반과 파이다르 두 유전지대에서 원유 생산을 늘리면 수년 내로 약 40억 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최고 수준이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그에 맞게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과 러시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최근 들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양국은 시리아의 주요 동맹국으로, 7년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고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드물었다. 러시아 석유회사가 이란의 에너지 개발사업에 직접 진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 두 나라 간 기업끼리의 계약 체결도 이번이 최초다.

이란-러시아 유전개발 계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 부과를 추진하는 중에 성사됐다. 미국은 이란과 체결한 2015년 핵합의를 파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이 핵 합의를 무력화하려고 할 경우 이란 역시 그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상태다. 이란 ISNA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 겸 핵 협상 대표단 일원은 미국의 이러한 압박에 대해 “이란 정부는 미국이 핵 합의에서 철회하려고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역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시리아 내전 개입, 크림반도 합병 문제, 신형 핵무기 경쟁, 미 대선 개입 의혹, 영국 내 스파이 암살기도 사건 등이 갈등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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