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장 간 역할 균형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 요구
2017 전력산업연구회 워크숍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경제성을 우선시 해 온 이전의 에너지 체제를 환경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체제로 바꾸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력수급 안정세와 안전·환경·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의 우호적인 여건 덕분에 지금이 전력수급체제 전환의 최적기라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전력산업연구회 워크숍’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조 교수는 과거 경제성 중심의 전통적 전력수급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환경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전력수급체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이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수급 안정기조와 안전·환경·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등 공급 측면의 우호적 여건은 여러 불확실성이 큰 와중에도 전력수급체제 전환의 유리한 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면서 “BAU 전망의 하향, 수요관리 강조, 원전계획 전환, 재생가능에너지 대폭확대 등이 중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규제’를 산업생태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하며, 주민수용성 제고 등을 위한 획기적인 유인책과 발전원가 하락, 효율적인 산업생태계 구축 등의 필요성도 함께 이야기 했다.

에너지전환정책 시대의 전력시장 역할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준비한 정도영 동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력시장은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수요관리 강화 등을 테마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정 교수는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에 대비해 전력시장의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설비를 기준으로 구분돼 있는 전력산업을 도매사업자와 소매사업자, 계통운영사업자 등 시장참여를 기준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 품질 및 가격 차별화를 통해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열린 패널토론에서도 정부와 시장의 역할 변화를 통해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미 시작된 만큼 어떻게 가야 할지를 정부와 시장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문제들을 이전처럼 정부가 규제로만 풀어내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규제와 시장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구조적으로 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전통적인 전원과 새로운 전원인 신재생에너지를 하나의 체계가 아닌 2개의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목을 끌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쟁점과 과제(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경제성을 중시해 온 기존의 원전·석탄 편중형 전력믹스를 환경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전력수급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우선 정부는 기존의 계획 전략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시장의 비용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정부의 계획이나 시장의 기능 중 어느 한가지만 가지고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아젠다는 단순히 설비 구성의 양적 전환이 아닌 사회경제적 제도의 질적 전환 과정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시장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 때 전환계획이 없는 시장의 시그널, 시장 신호없는 전환계획 수립을 경계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국내의 수급 안정기조는 체제 전환의 청신호다. 안전과 삶의 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공급 측면에서 친환경 설비 도입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장기적으로 수급에 불확실성은 있지만 체제전환상 유리한 국내외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요 전망 과정에서 저렴한 전기요금과 전력다소비형 산업구조 등 우리나라가 가진 2가지 특수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은 지속돼야 한다. 불확실한 신규 수요에 대비한 수요관리도 중요하다.

정부정책을 반영한 전원믹스는 2030년 실효용량을 기준으로 원전 17%, 석탄 32%, 가스복합 39%, 신재생 7% 등으로 추산된다. 발전량은 원전을 제외하곤 급전원칙 및 발전원가 전망에 따라 가변적인 상황이다.

신재생의 발전량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2030년 신재생 20%’라는 숫자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장이 없다. 제도적으로 신재생 시장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원가와 발전량 믹스, 세제개편 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불확실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을 위해선 신재생 입지 확보, 관련 규제 해소, 지자체 역할·협조, 발전원가 절감, 산업생태계 조성 등 5대 요인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규제를 없애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제도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결국 8차 전력수급계획의 성공은 불확실성이 높은 수요관리 목표 달성을 위한 과감한 조치와 유연한 전력산업 및 시장구조가 선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의 구체적인 보급전략과 애로 극복 조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가스 도입의 유연성 제고 등의 고민도 요구된다.”

■에너지전환정책 시대의 전력시장 역할(정도영 동신대학교 에너지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기본적으로 탈원전·탈석탄을 지향한다.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천연가스 발전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봐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전원의 특성상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건 어렵다. 이는 천연가스와 수요관리 강화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결국 전력시장은 천연가스 발전, 신재생에너지, 수요관리의 강화라는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다. 전기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요금이 늘어난다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전력시장은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계통에 투입할 수 있는 지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에너지전환의 기본 전제이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개입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주체성을 확보할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증가는 SMP의 하락을 유발함으로써 발전사업자들의 경영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이는 신규 설비투자 등을 회피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출력변동이 큰 신재생의 특성을 고려해 하루 전 시장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실시간 가격차 해소 방안을 병행 운영함으로써 시장의 위험관리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전력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거래 시장과 출력조정용 전원들만의 시장을 병행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발전, 송·배전, 판매 등 설비 기준으로 분류돼 있는 전력산업을 도매사업자(B2B), 소매사업자(B2C), 계통운영사업자 등 시장참여를 기준으로 재편함으로써 에너지신산업 등 새로운 전기사업 발굴 및 운영의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전기 품질과 가격을 차별화하는 등 시장의 다양성을 높이고, 분산형 전원의 활성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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