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들은 지역 인재채용이 의무화 되면서 자칫 국가 공기업이 지방공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우수 인력 확보에 장애물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게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역인재 채용비중을 높이도록 했다.

내년부터 우선 18% 수준을 적용하고 매년 3%씩 기준을 높여 최종적으로 2022년까지 30%를 달성해야 한다. 명목은 지방분권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적이지만,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은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수도권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으로 이전했다. 지방도 대도시권 보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중소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사람 뽑는 것도 해당 지역 위주로 뽑으라고 하니, 국가 공공기관이 지방 공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실 공기업들은 전국을 사업장으로 하고 있다.

한전을 비롯해 발전 자회사들은 본사 인력은 전체인력의 10% 내외이고, 대부분은 전국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한전의 경우 전체 2만 2000명중에서 본사는 2000명 내외다. 전국 방방곡곡이 사업장이다. 남동발전을 보더라도 전체 2000여명의 직원중에 본사인원은 300명 수준이다. 10%를 조금 넘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 인재 의무 채용이 국가 공공기관을 지역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공공기관의 본사가 대부분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학교가 많지 않아 좋은 인재를 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도입이 의무가 아닌 현재도 부산의 경우 지난해 채용에서 지역인재 비중이 27%에 달한 반면, 울산이나 충북은 10%를 밑돌았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8.8%), 울산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7.1%), 근로복지공단(4.3%) 등은 매우 저조했다.

국가 균형발전이란 당초 취지는 좋지만 현실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자칫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지역 인재채용 의무화에 대한 집단적인 저항의 목소리도 들린다. 9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174명이 이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국민청원에서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가 지방대학 출신이 아닌 지원자들에게 심각한 역차별을 주는 제도라며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폐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자의 출신 지역, 출신 대학과 관계없이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고 채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다. 직장도 안정적이며, 임금도 국내 기업평균 보다 높다. 그래서 취업 시즌이 되면 인가가 많다. 이런 현실에서 일정 인력을 별도로 채용할 경우,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한 청년들은 허탈해 질 수밖에 없다.

지역의무할당 보다는 학연 지연 아닌 공정하고 능력에 따른 취업문화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화 되고 시장의 변화가 스피드 업 된 현재의 산업 트렌드속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버둥 치는 기업들에게 인력확보에 대한 자율성을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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