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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선행과제
도시재생, 성과주의 욕심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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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역점 정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수요가 많은 서울 전역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 탓이다. 연내 110곳 이상의 신규 사업지 선정을 확정하겠다던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대책은 지난 6월 발표된 부동산 대책의 후속탄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책의 시행과 함께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선 풍선효과, 투자 심리 위축, 전월세 상승 등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게 과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시재생 전담 조직인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은 추진 일정과 사업 방향 등을 큰 틀에서 다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으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6일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사진>를 만났다. 조 교수는 도시재생 분야는 물론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도 이른바 ‘통’으로 불리는 전문가다. 그에게 이번 부동산 대책의 의미와 도시재생 사업의 전망,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올스톱’ 상태죠. 8·2 부동산 대책이 도시재생 사업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특히 이번 대책은 대통령의 의중인 반영된 것이라서, 사업 주체들이 섣불리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겁니다.”

조 교수는 부동산 대책 발표가 도시재생 사업에 영향을 끼친 건 필연적이라고 봤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정된 공약은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배치돼 사업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어 조 교수는 “정부 내 인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하더라”며 “당장엔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고, 적어도 1~2개월 이상은 조정국면을 거쳐 시장이 안정화돼야 사업 얘기를 다시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진 후엔 도시재생 사업은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이후 전망을 묻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부동산 대책으로 정책 자체에 대한 관심사가 일시적으로 옮겨간 것일 뿐이지, 기존 사업의 문제점들에 대한 논쟁은 그대로 남았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새 정부의 정책은 뉴타운, 재개발 등 기존 사업에서 지적받아온 문제점들을 해결하겠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업들 또한 성과주의에 맞춰져 있어 기존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국토부가 여전히 사업의 핵심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업 내용을 보면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 활력 증진 사업, 국가 균형발전 사업 등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를 두고 조 교수는 “마치 국토부가 자기 사업하는 데 (도시재생 사업을) 일부러 껴 넣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조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엔 기본적으로 공익 추구와 사익추구라는 두 가지 논리가 공존하고 있다”며 “사업을 하다보면 결국 어느 한쪽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사회적 갈등이 빚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찍이 조 교수가 주장해온 ‘도시재생 사업의 생태계 조성’는 이러한 생각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단순히 정부에 맡겨 둘 경우 성과주의에 매몰된 관료조직의 속성에 따라 사업성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법·제도를 통해 이를 방지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조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의 생태계 조성은 개별법들을 사업 목적에 따라 연계할 수 있는 모법을 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 역량을 키우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프라와 토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민 역량 강화’는 조 교수가 도시재생의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고 있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민주화 수준이 높아 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한 유럽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시민사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것.

이에 관해 조 교수는 “일부 사업에선 주민역량에 100점 중 40점을 배분할 정도로 주민 참여를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 요소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지 선정 기준에 맞춰왔을지라도 실제로 사업에 들어가면 지자체에 동원돼 온 사람들이 많아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북유럽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의 주민들은 이제야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가 됐을 뿐”이라며 “시민사회를 넘어 지역사회로 나아가고, 이를 도시재생 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사회 참여 의식을 높이는 정부의 지원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조 교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주민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도시재생 사업은 그 철학부터 남달라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도시재생 사업은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사업입니다. 따라서 그간 누려온 이익이나 혜택을 버려야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도시’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여기에 관계된 사람, 산업도 함께 봐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점입니다.”
작성 : 2017년 08월 23일(수) 17:44
게시 : 2017년 08월 25일(금) 08:50


김광국 인턴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인턴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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