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중심에서 소비 효율화로 패러다임 변해
성대골 마을, 리빙랩 활동 통해 자발적 활동

중앙집중적인 전력·에너지 시스템의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적인 소규모 분산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꾸준히 진행돼 온 덕분이다. 과거 시민단체 중심의 사회운동 수준이었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는 어느덧 국가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초점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공급 위주 패러다임은 소비 관리 중심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단위에서부터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 제주도 탄소 제로 섬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지역 주민들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면서 의견수렴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자립마을의 1세대 격인 서울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다시 한번 태동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나 지자체 지원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리빙랩’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발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리빙랩이란 삶(living)과 연구실(lab)의 합성어다.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현장이 곧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 베드라는 의미다.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전문가에게만 맡겨놓기보다는 태양광을 직접 사용하고, 마을에 살고있는 주민이 참여해야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성대골 리빙랩에서는 미니태양광발전 기술의 개발과 보급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아내는 마을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대골 리빙랩 마을연구원은 ▲미니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정보 제공과 동기부여의 사회적 네트워크 부족 ▲구입·설치비용 마련의 부담 ▲이사 등으로 인한 태양광 설비 철거 및 재설치 등을 미니 태양광 보급의 장애물로 지목하고 기술, 금융, 교육홍보 등 3가지 분야를 활성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술사업의 일환으로 성대골은 미니태양광 지역거점인 백업센터를 구축했다. 백업센터 마을기술팀은 직접 미니태양광을 만드는 DIY를 진행한 마을 주민 중 손재주가 좋고 열성적인 이들로 구성됐다. 미니태양광업체인 마이크로발전소로부터 소정의 교육을 받고 지역내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고 사후관리까지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금융기관과 연계해 마을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미니태양광 대출상품’을 개발한 것도 인상적이다.

김소영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 대표는 “동작신협이 설치자부담금(약 25만원)을 지불하면 지역주민은 300W 태양광 기준 월 1만원씩 무이자로 상환하는 방식”이라며 “처음 대출자금으로 1000만원을 책정했지만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600W, 900W 태양광의 경우 동작신협에서 사회공헌대출형으로 2% 이자를 제시했지만 마을연구원 제안으로 2% 이자수익을 에너지복지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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