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가 29일 첫 공개됐다. 영화는 국내 대형 극장과 상영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단 94개관(영화진흥위원회 기준)에서 관객을 만났다. 개봉 첫 날 관객수는 2만3106명에 그쳤지만, 좌석점유율은 42.7%를 기록해 박스오피스 5위권 내에 있는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화제성만큼은 최고라는 이야기다.

봉 감독이 '옥자' 홍보를 위해 참석한 국내외 공식 기자회견만 8차례, 국내 언론과 개별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는 '옥자'를 둘러싼 주요 논의에 관한 언급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곁가지 에피소드도 풀어냈다. 그 중 '옥자'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하는 7가지 이야기를 추렸다.

○…옥자는 지금보다 더 큰 동물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처음 '옥자'를 구상할 때 이 슈퍼돼지의 크기는 건물 3~4층 높이의 말 그대로 거대 동물이었다. 그러나 이 동물이 소녀와 산속에서 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를 생각하게 되면서, 현재 크기로 줄어들었다. 봉 감독은 "미자와 옥자는 함께 잠을 자기도 하는데, 옥자가 너무 크면 미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농담을 던졌다.

○…옥자는 왜 옥자인가

봉 감독에 따르면, 슈퍼돼지는 초국적 대기업의 '최신' 제품이다. 이를 테면 애플의 아이폰7과 같은 상품일텐데, 그 제품이 '옥자'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을 때의 부조화를 생각했다고 한다. 봉 감독은 '옥자' 제작에 들어간 후 '아수라' 김성수 감독을 만났다. 그때 김 감독이 모친의 이름이 옥자라며 옥자의 정체에 관해 물었다. 봉 감독은 머뭇거리며 "슈퍼돼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귓속말로 무엇을 말했나

극 중 미자가 옥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그때 미자가 옥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봉 감독 또한 미자를 연기한 안서현이 어떤 말을 했는지 촬영할 떄는 알 수 없었다. 이후 식사 자리에서 안서현에게 그떄 무슨 말을 했냐고 물으니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불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봉 감독은 "안서현은 그런 친구에요. 담대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연기해요"라고 말했다.

○…"오디션을 더 봐야 하나요?"

봉 감독 포함 모든 제작진은 안서현의 사진과 테스트 카메라 영상만 보고도 미자는 안서현임을 확신했다. 틸다 스윈턴까지도 미자를 연기할 사람은 안서현 외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다만 봉 감독은 오디션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모든 배우를 다 살펴봤다. 봉 감독은 안서현의 눈빛에 대해, "'쟤를 무슨 수로 말려'와 같은 말이 나오게끔 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걔네는 '옥자'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옥자'는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 추격 시퀀스에서 쓰인 음악은 옥자와 미자, 미란도 코퍼레이션 직원과 동물보호단체 ALF가 뒤섞인 난장판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묘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을 도시를 유랑하는 서커스단의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던 봉 감독은 정재일 음악감독에게 관악기 위주의 음악을 요구했고, 정 음악감독은 최고의 브라스 연주자를 찾아 마케도니아까지 갔다. 결국 마케도니아 최고의 브라스 밴드와 함께 협업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흥을 이기지 못해 녹음식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고 한다. 봉 감독은 "얘네는 영화엔 관심이 없었어요"라며 웃었다(봉 감독은 '옥자'가 DVD나 블루레이로 만들어지면 이들의 연주 영상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친절한 질렌할씨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촬영한 외국배우인 틸다 스윈턴·제이크 질렌할·폴 다노·릴리 콜린스·스티븐 연 모두 착하고 수더분한 성격이었다고 했다. 다만 제이크 질렌할이 매우 예민한 성격으로 소문이 나있어서 첫 촬영 전까지 매우 긴장했다고 한다. 소문과 달리 질렌할은 촬영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변희봉·윤제문 등에게는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변희봉은 자신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질렌할에게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로 "나는 자네으(자네의) '나이트 크로라(나이크 크롤러)'를 아주 인상적으로 봤네"라고 화답했다고.

○…이미 차차기작까지 확정

봉 감독의 차기작이 '기생충'이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아직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는 아니지만, 송강호의 합류가 확실시 되고 있다. 그는 "앞선 두 작품('설국열차' '옥자')과는 달리 소규모 예산을 가지고 캐릭터 위주의,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기생충' 이후 작품은 다시 한번 미국에서 만들기로 한 상태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현지 인력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다만 이 작품 또한 봉 감독이 연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300억원 대 예산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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