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장
김진규 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장

지난 4월 중순에 스페인에 다녀왔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발전설비 실증 테스트 베드(Test-Bed)를 구축·운영 중인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청정발전기술 실증 테스트 베드 구축 연구에 첫발을 내딛은바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지구 온난화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청정 화력발전 기술개발 강화에 강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 이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전략과 저탄소기술 육성 의지와도 맥이 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기자재의 국산화 및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개발제품에 대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필수적이다. 지금껏 우리는 이런 실증설비가 없어 관련업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트랙 레코드 확보를 위한 실증 테스트 베드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의 발전설비가 선정된 것이 바로 지난해 10월이다.

본래 테스트 베드는 연구의 효율성을 고려해 규모가 작은 노후화된 발전소가 제격이다. 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설비가 바로 영동에코발전본부다.

준공 후 30년을 훌쩍 넘긴 1호기(125 MW)는 올해 7월부터 우드팰릿 전소 발전기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청정 석탄화력 발전기술 실증(2호기:200MW) 말고도 바이오매스 발전기술까지 실증해 볼 수 있으니 테스트 베드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스페인 시우덴(Ciuden)발전소는 EU 내부 산학연 협동 실증연구 수행을 위해 EU와 스페인의 공동출자로 2006년에 설립됐다. 설비규모, 프로젝트 추진 시스템, 실증범위와 실증 실적 등 우리가 벤치마킹해 배울 것들이 많지만 그 중 가장 부러운 것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었다.

영동 2호기는 ‘청정 발전기술’ 실증 대상설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조기폐지 대상(30년 이상된 석탄화력) 설비이기도 하다. 바둑에 ‘사석작전(捨石作戰)’이란 것이 있다. 자기 돌 하나를 버림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노림수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버린다는 것’은 ‘영동 2호기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배출물질을 최소화한 채 본래의 기능(발전)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운전하면서 보다 큰 것(청정 발전기술)을 얻어낼 수 있다면 사석작전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전략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용 기자재 또한 많은 부분에서 외국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는 발전용 기자재의 국산화와 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관련업계를 선도하는 메이저(발전공기업 포함)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전기술 실증 테스트 베드 사업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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