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마케팅 정책포럼’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 못하면 도태, 기업·정부정책 변화 촉구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회 중소기업 마케팅 정책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이 중소기업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회 중소기업 마케팅 정책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이 중소기업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과 자사 제품·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홍보·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 확보가 중소 제조기업의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컨셉스토어(체험매장), 모바일 및 SNS, 옴니채널, 홈쇼핑, PB(Private Brand)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채널과 기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 같은 유통환경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대응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한국중소기업학회와 중소기업유통센터 주관으로 열린 ‘제2회 중소기업 마케팅 정책포럼’에서도 전문가들은 중소 제조기업들이 유통채널의 패러다임 전환에 제때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의 중소기업 판로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을 둘러싼 정치, 경제, 유통, 소비자, 시장,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판로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시장 자체가 중소 제조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꽉 막힌 중소기업 판로=이날 정책포럼에서는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대응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장교섭력을 가진 대규모 유통기업의 폐해는 차치하고, 지금까지 중소기업과 정부의 대응, 정책 등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기업들의 대응과 관련해 이동주 위원은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창업인프라 쪽에선 세계 5위권인데, 고성장기업 순위는 하위권”이라며 “시장중심적인 혁신활동을 해야 하는데 기술에만 매몰돼 (제품이나 기술의) 시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도 “어렵게 판로를 개척하고 홍보를 해도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팔릴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팔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유통채널에 입점을)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제품은 기본적으로 컨셉, 디자인,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이런 것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판로확대·홍보 이전에 팔릴 준비를 갖추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판로정책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중소기업의 주된 판로는 국내 시장인데 반해 내수 부분에 대한 지원은 중소기업 지원예산의 0.45%로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보편적·일회성 지원으로 인한 효과미흡, 타 분야 사업과의 연계성 부족,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책 부족, 트렌드 미반영, 시장정보 전달역할 부재, 마케팅 역량강화 지원부족 등을 약점으로 제시했다.

▲기업·정부의 대응과 정책 혁신 필요=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새로운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모두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 유통채널에 중소 제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또 중소 제조업체는 (판로를) 유통업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유통과 제조사 간 공동개발을 통한 제품판매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업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지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때문에 제품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은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보다 이벤트 형태의 지원이 많았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의 전문 인력을 활용해서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방법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영혁 한성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유통마케팅 지원정책은 한마디로 판로정책이다. 판로정책은 하나의 판매경로를 열어주는 것인데, 판매경로가 열린다고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면서 “그나마 판로정책에 대한 비중도 제품개발에 대한 지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개발을 위한 지원보다 유통마케팅 전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금까지의 판로정책이 개별기업 애로사항 해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역량, 미래경쟁력 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4차 산업혁명 등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판로정책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지금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통업체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들은 중기제품에 별 관심이 없다”면서 “중소기업이 유통업체의 변화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한식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정부 전체적으로 내수시장에 대한 중소기업 판로지원 예산은 6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R&D 전체 예산은 17조원이고, 중소기업청만 해도 1조원 규모다. 그동안 내수 판로 지원정책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기존에도 여러 노력들이 없지 않았지만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회 중소기업 마케팅 정책포럼’은 중소기업청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우수 중소기업 상품홍보와 판로확대를 위해 개최한 ‘2017년 우수 중소기업 마케팅 대전’의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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