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위법” 판결...문재인 정부 “전면 재검토”

올해부터 예정됐던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혼란이 예상된다.

우선 지난 18일 법원은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이라고 판결해 일부 공공기관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노동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에서 공사의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현재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확정한 가운데 이중 48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처럼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 거쳐 도입을 결정했으며, 30곳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며 “그러나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도 옳지 않고, 앞으로는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성과연봉제는 폐지 수순을 밟고, 기관별 직무급이라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포함한 개혁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연봉제 시행 당장 어떻게 되나= 박근혜 정부는 기존 간부직 직원에게만 적용되던 성과급제를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비간부직(4급 이상) 일반직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정부가 노동조합 동의 없이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고, 이를 정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고 밝히면서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는 기관이 급증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들의 노사갈등이 심각해졌고, 전력공기업들의 경우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한 한전과 동서발전, 전력거래소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관에서 회사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도 지난달 전력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최철호 위원장이 성과연봉제 전면 재교섭을 공약으로 내걸어 향후 재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노조 측은 6월 2일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6월 19일 예정돼 있는 노사협의회에서 사측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전이 재교섭을 시작할 경우 다른 기관들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이라는 항목으로 3점이나 배정했지만, 내년부터는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항목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공공기관들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추진력은 상당히 약화될 전망이다.

◆직무급제 과연 성과연봉제 대체 가능할까=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과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에 비례해 급여를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며 “하지만 과거처럼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직무급제를 포함해 성과연봉제나 호봉 상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제를 대체할 새로운 급여체계 도입을 시사했다.

하지만 직무급제가 당장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직무급은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인데, 당장 전면적 개편에 들어갈 경우, 노사갈등을 비롯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를 한 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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