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발전소 건설 어려워 새 먹거리 창출 숙제로 남아

매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기록해 온 한수원 등 발전공기업들의 미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전공기업들은 그동안 국내 전력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해온데다 경제급전을 원칙으로 한 전력시장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 산업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연 10% 이상의 높은 전력소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전력소비 증가율은 연 5.5% 수준으로 낮아졌고, 2010년 이후에는 연 2.0%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전력수요 증가세가 주춤해진데다 원전과 석탄발전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신규 원전과 석탄발전소 건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석탄이 위험하고 환경을 오염하는 에너지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명감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0년 연속 성장해 온 원자력업계 과연‘지는 해’되나

한수원의 경우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 준공한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 2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신고리 4·5·6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5기가 현재 건설 중이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 매출 상승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 원전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신기후체제 출범으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커지자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수원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한 간부는 “기업의 성장은 매출과 관계가 깊다. 매출이 정체되면 구조조정을 하든, 직원들의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한수원은 2030년까지 신규 건설이 예정돼 있어 앞날이 밝다”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에서 일하게 된 여러분 들은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졌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초고압 송전철탑과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낮아지다 보니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후보들마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원전의 추가 증설 중단 공약을 통해 당장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월성1호기부터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부터 신규 원전의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올해 6월 폐지되는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설계 수명이 만기되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차례로 영구 정지하게 된다.

또 건설 중인 원전 중 신고리 4호기(2017년 준공)와 신한울 1호기(2018년), 2호기(2019년)를 끝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러면 2020년부터는 신규 원전 건설이 없어 2060년이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원전이 폐로하게 된다. 물론 한수원은 앞으로도 최소 30~40년 이상 발전소 운영과 해체를 통해 유지되겠지만, 원자력 관련 주기기 및 부품제작사와 설계, 정비를 담당하는 기업들은 신규 건설 중단과 동시에 매출 감소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연속 성장해 온 석탄발전업계 환경 이슈로‘직격탄’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인해 우리나라는 석유에서 탈피해 석탄과 원자력, 가스 등 에너지다변화 정책을 펼쳤다.

1983년 삼천포발전소 1호기를 시작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이 본격화됐으며, 현재 발전5사와 민간기업인 GS동해전력의 북평화력 1호기를 포함해 총 58대의 석탄발전기가 가동 중에 있다. 또 현재 5,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9기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상황이다.

하지만 온실가스에 이어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석탄발전소 4기의 건설계획이 철회됐으며, 올해 수립하게 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앞으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공기업들은 석탄대신 LNG복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7~8년 이상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 복합발전소 건설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상장을 추진 중인 동서발전의 경우 신규 복합발전소 건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호남화력발전소 1·2호기와 울산기력 4~6호기가 폐지될 예정인데 신규 건설은 없어 2021년 이후 발전설비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식상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도 바로 신규 발전소 건설 명분을 내세우기 위함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새 정부에서는 왜곡된 에너지 세제 개편을 위해 원전과 석탄 발전용 연료의 세금을 높이고, LNG발전용 연료의 세금을 낮출 것으로 전망돼 발전공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원자력 및 석탄발전업계는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해외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원자력, 석탄에 비해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과연 이를 통해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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