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어긋…“양쪽 모두 수행 하자” 상생 의견도

송희경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전기 설계·감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단순히 정보통신공사업자들의 업역확대가 아닌 전기 설계·감리업자의 먹거리를 침범,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아주 간단하게 구성돼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관련된 여러 법률이 얽혀 있다.

현행법에서는 건축물 내 통신설비가 정보통신공사의 설계 및 감리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건축법에 따른 건축사만이 설계·감리를 할 수 있다.

통신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공사업자의 시장진입이 허용되지 않아 건축사의 설계·감리 독점에 따른 저가 하도급 및 수직적 협력관계가 고착화돼왔다. 때문에 정보통신용역업자도 건축물에 설치되는 통신설비에 대해 설계 및 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가 포함된 통신설비의 경우 문제가 생긴다.

전기·통신 융합설비는 전기라는 요소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 관련 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건축전기설비기술사가 설계와 감리를 맡아왔다.

전기설비뿐만 아니라 전기와 통신이 혼합된 설비도 전기 분야 기술자가 설계·감리를 해왔다.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앞으로 통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전기설비는 건축전기설비업자가 설계 및 감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빌딩 등 건물 내 통신의 활용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통신 융합설비가 늘어나면서 전기 분야 기술자가 담당할 업역이 더욱 좁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부식방지설비 ▲무정전전원장치(UPS) ▲접지설비 ▲서지설비 ▲낙뢰방지설비 ▲충방전·전압조정설비 등이 정보통신설비로 규정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 이러한 설비를 설계·감리해오던 건축전기설비기술자는 완전히 배제돼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 설계·감리업계가 개정안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기·통신 혼합설비에 대해 통신업자만 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이번 개정안은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기존의 기득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전기 설계·감리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지난 2010년(정부발의), 2012년(정부 발의), 2015년(의원입법) 등 세 차례에 걸쳐 정보통신공사업자의 건축물 내 통신공사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법안발의를 추진한 바 있다.

그때마다 전기업계는 고유업역을 지키기 위해 정보통신업계와 충돌해왔고, 통신과 전기가 혼합돼 있는 설비 등에 대해서는 전기 분야 기술자가 해당 공사의 설계·감리를 수행토록 하는 관행이 인정됐다.

이번이 4번째 시도지만 송 의원의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역시 전기 설계·감리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1월 19~28일 국회입법예고 기간 동안 반대 58%(710건), 찬성 42%(515건)로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해묵은 논쟁이 반복되다보니 전기 설계·감리업계에선 정보통신공사업자의 시장진입을 허용, 상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기·통신 융합설비에 대해 어느 한쪽의 독식이 아닌 양쪽 업계가 모두 설계·감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 분야 기술자와 정보통신공사업자가 함께 건축물 내 전기·통신 융합설비에 대한 설계·감리를 하는 법안은 환영한다”며 “또 다른 방안으로 해당 설비에 대해 발주자가 관련 전문가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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