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점령한 국내 전기안전 계측기 시장 지키는 파수꾼
전기안전 장비 개발·보급 관심, “사회 좋아진다면 그것으로 만족”
공고 졸업한 뒤 전기공학 박사학위 획득한 집념의 CEO 평가
“외국산이 점령한 계측기 시장에서 홀로 버티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2020 대한민국전기안전대상’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김진선 청파이엠티 대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전기안전 계측장비 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CEO다.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거쳐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1995년 국내 유일의 전기계측기 업체인 청파이엠티를 설립해 25년 간 운영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디지털다기능계측기가 우리가 개발한 장비입니다. 이 계측기는 우리나라 전기안전관리 표준계기로 채택돼 전기안전공사 등에서 사용전검사를 비롯해 전기화재, 감전사고 예방 등에 활용하고 있죠.”
김 대표는 아날로그 계측기가 대세이던 2000년대 초반 디지털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작고,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배터리 사용시간이 긴 계측기 개발을 목표로 ‘디지털다기능계측기’ 개발에 착수, 필드테스트까지 거쳐 2005년 전기안전공사와 공동으로 제품을 완성했다. 이 제품은 전기안전공사와 한전을 비롯해 전기안전관리 업체, 일반 기업체 전기안전관리부서, 지자체, 통신사 등에서 접지 및 절연측정 등 전기안전관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다기능계측기는 IEC 도입과 각종 기준개정에 맞춰 4번이나 버전업 됐으며, 가격과 성능 면에서 외산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디지털다기능계측기 수요는 연간 3000대 정도밖에 안 됩니다. 시장이 작으니까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죠. 청파이엠티가 무너지면 이 전기안전계측기 시장은 그대로 해외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계측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제 욕심은 앞으로 계측기와 단말기로 구분된 전기안전측정기를 하나로 합쳐 계측기에 스마트기능을 부여한 ‘스마트다기능계측기’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그 이후 전기안전 기술교육장비 개발과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대표는 13가지 계측장비와 300여개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스마트 트레이너’를 개발, 전기안전과 기술공학 교육을 위해 공급하고 있으며, 기술교육 장비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특성화고, 폴리텍대학, 해외 직업훈련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학생과 작업근로자들을 납땜 시 발생하는 연기로부터 보호하는 유해가스 정화기와 미세먼지·포름알데이드·CO2 등을 측정하는 환경 계측기 등을 개발·보급하는 등 국민들의 건강증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비가 있다면 단 1대가 팔린다고 해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러면 그 장비가 어디에선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고, 그러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니까요. 사업하면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고, 이룬 것도 별로 없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해졌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