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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 중앙에 두고 '진보와 보수'가 흔들었다
발전설비 3대 핵심원천기술 확보한 우리나라 대표 플랜트 전문기업
보수, 탈원전 비판 위해 ‘두중 소환’
진보, 석탄·원전 외면 위해 ‘두중 소환’
전체대상 2600여 직원 중 1000명 명퇴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경영악화 가속
유희덕 기자    작성 : 2020년 02월 20일(목) 14:55    게시 : 2020년 02월 21일(금) 09:54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명예퇴직을 두고 ‘탈원전 후폭풍’과 ‘에너지산업 환경변화 대응 실패’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기업의 결정이 이념 대결장으로 변질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전력산업계에선 특정 기업을 중심에 두고 이념 대결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플랜트 전문기업이다. 지난 50여 년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40여 개국에 발전, 담수설비 등 각종 플랜트 설비를 공급했다. 원전의 핵심기술을 원자로와 원자로냉각펌프(RCP) 등을 국산화해 UAE원전 수출에 기여했다.
두산중공업은 1999년 말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두산이 인수하면서 민영화됐다. 이후 영국, 체코, 독일 등 글로벌 발전 설비 기업을 인수해 보일러, 터빈, 발전기 등 발전 설비 3대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했으며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한국 발전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전력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의 원자로와 석탄화력의 터빈·발전기 등 주요 설비는 두산중공업에서 공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경쟁력 있는 발전 플랜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석탄・원자력 분야 넘어 가스터빈・해상풍력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구조 전환 추진
두산중공업은 정부정책과 발맞춰가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국산화했다.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를 비롯해 RCP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을 국산화해 한국형 원전APR1400, APR+ 등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과 원자력 중심의 발전 플랜트 기업으로 머무른 것은 아니다.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에 참여해 지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6년간의 성과가 결실을 맺어 지난해 12월에는 서부발전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6년부터 풍력터빈 발전기 개발에 뛰어들어 국산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7월에는 5.5MW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의 국제 인증을 받았다. 그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한림해상풍력의 주기기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전통산업으로 불리는 석탄과 원자력에서 가스터빈과 풍력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구조 전환은 이미 추진해 왔으며, 이제 조금씩 노력의 열매를 맺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전체 1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할 만큼 어려움에 빠진 것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가장 영향을 미쳤다.
전력산업은 가장 보수적인 산업으로 불린다. IT, 전자 분야처럼 기술이 1~2년 새 급격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의 기술이다.
또 전력산업 관련 기술은 전통적으로 지멘스, GE, 미쓰비시 등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견고한 성벽을 쌓아놓고, 두산중공업과 같은 경쟁기업의 시장 참여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다.
일례로 149개에 달하는 국내 가스터빈 발전기를 GE, 지멘스, MHPS 등 해외 3개 브랜드가 황금분할을 하며 시장을 잠식한 채 그들만의 견고한 시장을 형성했다. 여기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 두산중공업이다.
특히 석탄과 원자력 발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보일러 등 각 분야에서 이들 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 건설이 꾸준한 동남아시장에선 이들 기업에 비해 가격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선전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전력공사인 PT. PLN과 ‘팔루(Palu)3’ 화력발전소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화된 환경규제기준에 부합하는 순환유동층 보일러(CFB)와 터빈 등 핵심 기자재를 일괄 공급했다. 지난해 초엔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와(JAWA) 9·10호기 화력발전소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도네시아 발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석탄화력 신규발주는 감소 추세며 2016년 이후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세계 석탄화력 중 최종 투자가 결정된 용량을 보면 2013년 76GW에서 2018년 23GW로 줄었다. 기후변화 때문에 석탄발전의 수요가 줄어 성장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동남아 전력시장은 값싼 석탄수요가 꾸준하다. 그렇다고 석탄화력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 환경단체와 에너지 전환 주장하는 정치권, 해외석탄사업 참여 비판
두산중공업의 해외석탄발전 사업 참여는 해외환경단체보다는 국내 환경단체와 에너지전환을 주장하는 정치권에서 먼저 비판을 제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와 9·10호기의 시공을 두산중공업이 맡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 중 하나”라며 “대출심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10년간 주가가 90%나 하락했고, 기업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전 단계인 BBB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전력 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건설 참여를 놓고 국내 일부 정치인과 환경단체가 두산중공업의 참여를 비판하는데, 당당히 국제 입찰을 통해 일본의 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납품계약을 체결했다”며 “유럽에 본사를 둔 유명기업이 터빈과 발전기를 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두산중공업에만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로 회계부정 지적, 국내 전력산업 불확실성도 발목 잡아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의 회계부정 문제도 제기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중공업의 3분기 미청구공사 비율이 50%를 넘어 1조7860억원에 달하며, 외부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2019년 4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미청구공사금액은 약 1조3510억원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의도적으로 3분기까지만 미청구공사 비율을 집계해 부식회계를 부각하려 했다는 오해도 있다. 또 외부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도 오류가 있었다.
박 의원은 금감원이 2015년 10월 배포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자료에 근거해 금융감독원이 감사보고서에 외부전문가를 통한 검증내역을 표시하는 것으로 공시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이 2016년 1월 발표한 금감원 가이드라인 실무지침을 보면 외부전문가 검증은 의무가 아닌 필요시 받는 것으로 가이드를 명확히 했다.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회계부정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 전력산업의 불확실성도 두산중공업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중공업은 우리나라의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했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정책 이후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은 과거 대비 변화가 없다고 밝혔지만, 신한울 3·4호기 매몰비용 4927억원과 정부의 원전 공급계획에 따라 개발한 APR+ 개발비용 2000억원 등은 공중에 뜬 비용이 됐다. 멀미가 날 만큼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의 변화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다 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은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탈원전’ 논쟁을 벌일 때마다 두산중공업을 소환해 재료로 사용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기업은 지속성장을 위해 미래를 준비한다. 이미 10여 년 전에 풍력, 가스터빈 등 새로운 시장을 준비했지만 글로벌 기업의 높은 허들을 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2년 사이 급격하게 바뀐 전력산업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덕 기자 yuhd@electimes.com        유희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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