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을 공격한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4년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1에서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형성된 집단 ‘AI 스카이넷’은 로봇을 보내 주인공을 제거하려 한다. ‘AI(인공지능)라는 미지의 기술이 인간을 위협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언젠가 정말 AI가 지구를 정복하지 않을까?”라는 공포를 심어줬다.

다행히도 최근 일상 생활에서 활약하고 있는 AI는 (아직) 인간을 괴롭히진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편안하게 돕고 심지어는 사람을 위로하기도 한다.

AI와 세탁기·건조기가 만난 삼성전자 ‘그랑데 AI’는 사용자의 세탁 습관과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맞춤형 세탁모드를 제공한다.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감지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하고 오염 정도를 감지해 헹굼 횟수를 조절한다. 건조기는 비 오는 날, 미세먼지 심한 날, 추운 날 등 날씨 변화에 따른 맞춤 코스를 제안하며 정밀제어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율주행의 핵심이다.

라이다, 레이더, 센서, 카메라 등의 장치로부터 입력된 주변 상황 정보 및 운전자의 상태 등을 분석해 가속, 브레이크 작동, 차선 유지 등을 수행한다. 국토교통부가 '부분 자율주행차'(레벨3)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도입함에 따라 이르면 7월부터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량 출시가 가능해졌다.

스피커와 만난 AI는 사람을 위로하고 위급할 때에는 생명까지 살린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돌봄 서비스’는 독거 어르신들의 대화 상대가 돼주며 노래를 들려주는 등 외로운 어르신들의 벗이 되고 있다. 또 긴급상황에서 SOS를 음성으로 감지해 119로 출동을 요청하는 등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가장 정확하고 공정해야 할 ‘법(法)’ 또한 AI가 활약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열린 '알파로 경진대회'에서 변호사와 AI로 구성된 혼합팀은 인간 변호사팀을 이기는 성과를 거뒀다. 법률 해석에 AI의 실용성이 입증된 것으로 법원행정처 또한 '사법부 AI 활용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증원, 재판 보조 인력 확충, 사법보좌관 제도 확대 등 여러 과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TV시리즈까지 합쳐 7번째 작품으로, ‘망작’으로 평가받는다. 추억의 린다 해밀턴(사라코너 역)과 아놀드 슈왈제네거(T1 역)까지 등판했지만, 역대 가장 큰 실패를 거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AI에 대해 익숙해져 버린 관객들이 더이상 AI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으며 눈이 높아진 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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