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 전력·에너지 넘어 건설·안전·유통 분야와 융합
AI 시장선점 위한 인재영입 경쟁 활발, ‘뒤처지면 죽는다’ 위기의식 팽배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산업계 각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전력·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건설, 안전, 보안, 가전, 유통 등 경제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덕분에 업역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기업 간 합종연횡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시장선점을 위한 인재영입 경쟁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시장 자체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tatista에 따르면 2017년 세계 AI 시장은 2조6305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2배가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약 11조원, 2025년에는 약 66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통신기업? 에너지기업? 보안기업?

KT는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진출을 위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전력중개사업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전력중개사업은 중개사업자가 1MW 이하의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에서 생산하거나 저장된 전기를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KT는 지난 2016년 전력중개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소규모 발전사업자들과 함께 전력중개사업 시스템 개발을 진행해왔다.

지난 5월 28일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도입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KT는 하반기 중 전력거래소가 주관하는 전력중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향후 법률시행 일정에 맞춰 본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KT는 에너지 통합관제 플랫폼 ‘KT-MEG’의 인공지능 분석엔진 ‘e-Brain(이브레인)’을 전력중개사업 시스템과 연계해 정확한 발전량 예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 개발한 ‘KT 블록체인’을 활용해 고객사와 발전량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수익을 실시간으로 정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발전사업자와 중개사업자 각자가 저장한 발전량 장부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정산액을 산출했기 때문에 일주일 또는 한 달 단위로 정산할 수밖에 없었다”며 “또 만약 서로의 장부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어느 쪽의 데이터가 옳은지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의 시스템은 발전량, 발전시간, SMP 등 정산에 필요한 정보들을 블록체인화해 고객사와 공유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위ㆍ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반복적인 정산, 검증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만으로 정산을 진행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블록체인에서 거래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 간에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기술이다. 전력판매자와 중개사업자의 노드가 하고 있는 ‘시간당 전력 생산량’과 ‘시간당 단가’가 동일할 경우 자동으로 거래(정산)를 체결시키는 원리다.

또 SK텔레콤은 최근 대구지방경찰청과 수색용 드론, 순찰 차량 카메라, 영상관제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ICT 치안 솔루션 제공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순찰 차량과 드론에서 송출하는 실시간 영상을 경찰서의 상황실에 적용된 ‘T 라이브 스튜디오’에 전달해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러 대의 순찰 차량과 공중의 드론에서 보내온 영상 정보를 조합하면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해 경찰의 현장 대응능력을 높이고 각종 사건·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번 ICT 치안 솔루션의 기술적인 핵심은 LTE 이동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는 ‘T 라이브 캐스터’다.

‘T라이브 캐스터’를 탑재한 순찰 차량은 차량 외부에 장착한 전·후방 촬영 카메라와 차량 내부에 부착한 스마트폰 형태의 카메라를 통해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상황실에 전송할 수 있다.

또 ‘T라이브 캐스터’를 수색용 드론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에 연결하면, 야간이나 산간지역처럼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환경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거나 용의자의 이동상황을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두산인프라코어와 5G 기반의 무인자율작업이 가능한 건설기계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제휴로 두 회사는 5G 통신망과 드론, 센서, MEC, 초저지연 영상전송 기술 등을 활용, 건설·토목 등 작업 현장에서 자율작업, 원격제어가 가능한 건설기계를 개발하고 실증할 계획이다.

MEC(Mobile Edge Computing)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서버를 위치시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로, MEC가 적용되면 데이터 전송 시간이 단축된다.

양사는 우선 연내 5G 기반의 원격제어 건설기계를 개발해 실증하고, 내년에는 협력 범위를 드론 3D측량, 작업계획 수립, 시공관리까지 확대해 건설현장의 자율작업과 무인화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에서 무인자율작업 기술 개발을 위해 건설기계 제조회사와 통신회사가 제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LG유플러스는 5G 기반 B2B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산업의 4차 산업혁명인 스마트 건설을 주도할 계획이다.

▲전자·포털 기업, AI·IoT 인재영입 혈안

이처럼 업체 간 협업이 활성화되고, AI, IoT가 미래의 기반기술처럼 인식되면서 관련분야 선점을 위한 인재영입 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역시 국내에서 인재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세바스찬 승(H.Sebastian Seung)’ 교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다니엘 리(Daniel D.Lee)’ 교수를 영입했다.

세바스찬 승 교수는 삼성 리서치(SR)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니엘 리 교수도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세바스찬 승 교수는 뇌 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석학 중 한 명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이론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벨랩(Bell Labs) 연구원, MIT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2008년에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구현하는 토대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상’ 공학상을 받기도 했다.

다니엘 리 교수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MIT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벨랩 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 분야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과 인공지능발전협회(AAAI) 의장이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팰로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트부문 선행 연구 조직인 삼성 리서치(SR)를 신설한 데 이어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5개국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LG전자도 AI분야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캐나다 토론토에도 AI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구광모 LG전자 상무 시대가 개막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지난해부터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 분야 등에서 로봇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미래 먹거리 창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인력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사내 R&D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만든 ‘네이버랩스’를 통해 AI와 자율주행 분야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네이버랩스유럽(구 XRCE) 인수를 통해 AI 전문인재 80여명을 확보, AI, 자율주행, 로봇기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본사의 AI 부문과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활용해 AI 관련 기술과 인재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이 분야에서만 수백명의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이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면서 시장선점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즉 AI, IoT, 블록체인과 같은 분야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다 같이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철저하게 ‘승자독식주의’ 원칙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면서 “이 때문에 기업들도 ‘뒤처지면 죽는다’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기술개발과 인재영입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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