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노조, '가스 직도입' 확대 반대에 방점

가스공사 본사 본관에 걸린 정승일 사장 출근 저지 걸개
가스공사 본사 본관에 걸린 정승일 사장 출근 저지 걸개
정문에서 대치 중인 정승일 사장(왼쪽)과 박희병 노조 지부장(오른쪽)
정문에서 대치 중인 정승일 사장(왼쪽)과 박희병 노조 지부장(오른쪽)

‘사장 출근 저지 10일차’,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본관 외벽에 걸린 걸개 문구다. 정승일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5일 사장직에 임명됐지만 아직까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 노조가 매일 아침 정문에서부터 정 사장의 출근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현재 본사에서 500m가량 떨어진 중앙교육연수원 건물에 머물고 있다.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정 사장의 취임이 가스 직도입 확대로 이어질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산업부에서 가스산업팀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거치며 직도입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직도입은 가스 업계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가스공사가 독점권을 갖고 가스를 수입·공급해야 한다는 입장과 다른 사업자에게도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는 직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다. 과거에는 가스공사만이 가스를 수입해 공급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08년 제도 개정으로 발전용이나 산업용 등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다른 사업자에게도 직도입이 허용됐다. 하지만 아직 가스공사가 국내 천연가스 물량의 93.7%(2016년 기준)를 공급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포스코, GS에너지, SK E&S, 중부발전 등이 나머지 물량을 직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도입 확대를 요구하는 이들은 경직된 국내 가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가스공사가 경제성보다 수급 안정을 우선해 비싼 가격으로 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고스란히 다른 선택권이 없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들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국제 가스시장의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수입 단가도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직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가스는 경쟁이 능사가 아닌 공공재이며 가스공사가 독점권을 가짐으로써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공사로 도입 주체를 일원화해 한번에 많은 물량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도 말한다. 민간 사업자들은 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수입과 발전을 멈추기 마련이고 그때는 공급 책임을 맡은 가스공사가 비싼 가격에 단기 계약을 체결해 가스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가스공사 노조는 직도입 확대와 다른 사업자에 대한 판매 허용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을 과거부터 계속되는 공공부문 민영화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희병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 지부장은 "정승일 사장은 과거 산업부에 있으면서 가스배관공동이용제 도입, 직도입 허용, 수입자간 판매 허용 시도 등 공사의 역할을 줄이고 대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우회적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가스 산업의 공공성을 지켜야할 공사 사장으로서 본분을 다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또 “노조가 투쟁하는 것은 정승일 사장 개인에 대한 반대 차원이 아니다”라며 “정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 사장 본인이 가스산업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고 나아가 정부는 1년 전 출범 당시 약속한대로 구체적인 가스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공사 측은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정승일 사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노조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공사 측은 “전임 이승훈 사장 퇴임 이후 반년 가까이나 사장 자리가 비어있었던 만큼 이제는 하루빨리 새로운 사장이 들어와야 한다는 데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공무원 시절 했던 일을 가지고 그 사람이 앞으로 할 일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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