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은 극소수, 정부도 창업 활성화 카드 ‘만지작’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선 유달리 성공한 벤처기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에너지 산업의 특수성과 폐쇄적인 산업구조 탓에 신생 기업의 설 자리가 많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한지 3년이 지났지만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벤처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정부가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몇몇 기업의 선전은 눈에 띈다. 수요관리 전문기업 그리드위즈의 김구환 대표는 지난달 열린 2017 벤처창업대전에서 벤처활성화 유공포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선 유일하게 벤처활성화 포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드위즈는 수요관리서비스를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태양광 발전 등으로 업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매출 14억원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는 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는 IoT 기기를 가정에 설치해 에너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플랫폼 서비스 ‘에너톡’을 운영하고 있다. 벤처기업이지만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사업을 확대하며 대표적인 에너지 빅데이터 기업으로 활약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루트에너지는 이제 첫 발을 뗀 신생기업이지만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대신 안정적인 발전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ESS용 PCS를 생산하는 데스틴파워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ESS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소기업이다. 2012년 설립해 풍력연계형 ESS, 한전 FR용 ESS 사업에 PCS를 다수 공급하며 국내 최대 PCS 공급업체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생했지만 소리 업이 문을 닫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금융지원이나 투자여력이 없어 결국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A기업은 전기차 충전기 개발에 수억원을 투자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는 “한국의 에너지 산업에서 신생 기업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 없다”며 “에너지 산업의 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이 활성화돼야 애플이나 구글, 테슬라와 같은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은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기존의 기업만 살아남는 산업구조에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도 에너지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이같은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의 창업, 마케팅을 도울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한전과 같은 에너지 공기업이 보유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활용한 창업 지원 생태계도 구축한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규모가 작아서 활용하지 않는 휴면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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