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갈까.

종교에 따라 사후세계를 서로 다르게 안내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그 사람이 죽기 전 어떻게 살았느냐를 사후세계에서 신이 평가해 합당한 조처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적 사후세계관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49일 동안 7개 지옥을 돌며 자신의 업보를 평가받아 극락으로 갈지, 사람으로 환생할지, 사람이 아닌 미물로 환생할지, 지옥에 떨어질지 등이 결정된다.

궁금하지만,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사후세계, 즉 '저승'을 살짝 엿볼 기회가 생겼다.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덕이다.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은 화재 현장에서 소녀를 구하다 숨진다. 의로운 죽음을 맞은 그의 앞에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등 삼차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망자(죽은 사람)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자, 즉 저승사자인데 우리가 익히 아는 저승사자와는 조금 다르다. 차사는 망자의 변호사 역할을 겸한다.

삼차사는 자홍을 '19년 만에 나타난 의인'이라고 치켜세우며, 49일간 7개 지옥을 거치며 재판을 받게 되지만 모두 무사히 통과해 거뜬히 '환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종교적 거부감을 우려해 불교식인 '극락'을 빼고 환생을 가장 좋은 성적표로 내놓은 듯하다.)

그때부터 지옥(불구덩이 '살인 지옥', 칼날로 심판하는 '거짓 지옥', 혹독한 추위의 '불의 지옥' 등)들이 각기 특성에 맞춰 실감 나게 펼쳐진다.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들어온 지옥의 모습이지만 죽기도 전에 미리 볼 줄이야.

의인답게 7개 지옥을 손쉽게 통과한다면 자홍이나 삼차사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관객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자홍에게는 의외의 업보가 있었고, 이는 이들에게 쉽지 않은 여정을 선물한다. 게다가 이승에서 자홍의 직계 가족이 얽힌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하며 이들의 저승길 여정은 더욱 험난해진다.

할리우드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2003)와 그에 이은 '호빗' 시리즈(2012~2014)마저 끝나버려 매년 겨울이 아쉽기만 했던 국내 판타지 영화 팬에게 '신과 함께'는 가히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물론 제작비 규모는 그 몇십 분의 일에 불과하나 300억원이 넘는 국내 영화 사상 최대인 제작비와 할리우드의 돈에 맞설 수 있는 한국 영화의 유일한 힘인 출연진, 제작진의 노력으로 그에 절대 뒤지지 않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냈다.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고, 절로 탄성이 나온다. 실제로 저럴까 싶은 7개 지옥 안에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현재 저승에서 벌어지는 일을 훔쳐보는 듯하다.

여기에 깔린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인 '가족애' 덕에 관객은 김자홍을 응원하며 영화 속으로 더욱 깊이 빨려 들어간다.

연출자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를 연속 히트시켰으나 2013년 '미스터 고'로 패배를 겪었다. 그러나 그때 쌓은 컴퓨터 그래픽 등 VFX 경험과 기술력은 그가 4년의 와신상담 끝에 들고 돌아온 이 작품에서 만개해 '반지'나 '호빗' 부럽지 않은 판타지 영화를 내놓을 수 있게 만들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찬사를 듣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그러나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영화 장르에 알맞게 재구성했다.

웹툰에서 차사와 변호사였던 두 등장인물을 강림으로 합쳐놓았고, 김자홍의 이승 직업도 회사원에서 소방관으로 바꿨다.

웹툰 애독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은 것들인데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니 애독자라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만을 품지 않아도 될 정도다. 집중도와 흥미를 배가하는 훌륭한 선택이라 감히 평가할 수 있다.

스타성과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들이 펼친 대부분 연기가 후반 작업에서 CG를 입히게 될 그린 스크린 위에서 영화에 그려질 것을 '상상'하며 이뤄졌다는 점을 굳이 감안할 필요 없을 정도로 이들은 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이고, 망자(차태현)이며, 각 지옥을 관장하는 대왕(이정재, 김해숙, 이경영, 김하늘, 장광, 정해균, 김수안)과 판관(오달수, 임원희)이다. 자홍의 가족 등 이승 사람들을 나눠 맡은 예수정, 김동욱, 이준혁, 도경수, 유준상 등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며 마치 테마파크의 어트랙션 위에 올라탄 것처럼 숨 가쁘게 달려나간다. 그러다 자홍의 숨은 사연들이 밝혀지고, 자홍이 숨진 뒤 전개되는 또 다른 사건을 보면서 내 이야기, 내 가족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회한을 느끼게 된다. 이를 '신파'라고 비판하기에는 너무도 숭고하다.

러닝타임 139분 동안 때로는 손에 땀을 쥐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다 보면 이 영화의 후속작을 어떻게 기다리나 싶어진다. 특히 쿠키 영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1, 2부를 함께 제작해 이번 겨울과 내년 여름 나눠 개봉한다. 그나마 '반지'나 '호빗'처럼 1년씩 기다리는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먼 훗날 저승에서 가서 7개 지옥을 도는 것이 최소한 두렵지는 않도록 착하고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살아가면 그 시간도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

오는 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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