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완 산자중기위원장, 11일 에너지산업 컨퍼런스서 지적
국감 이틀 앞두고 에너지정책 쟁점사항 논쟁 계속

국정감사 시작을 이틀 앞두고 정부 에너지 정책의 쟁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열린 에너지산업 컨퍼런스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의 주된 논란거리가 되어 온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에너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대체적으로 동의의 뜻을 나타냈지만 정부 정책의 방향과 속도, 강약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장병완 위원장, 정부 에너지정책 추진 우선순위 ‘아쉬움’

특히 이날 축사에 나선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전력거래시장에서 전력 구매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기존 경제성 뿐만 아니라 환경과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점을 주지하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 추진 절차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 위원장은 “해당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환경과 안전을 중시하는 현재 정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법안 발의 당시 여야 간사가 모여 합의할 정도였고, 올해 3월 국회 본회의도 큰 이견없이 통과했지만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을 줄이겠다는 선언적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우선순위를 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는 이전 정부에서도 제시됐던 목표로 새롭지도, 크게 야심차다고 할 수도 없다”며 “다만 탈원전을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이를 달성하지 못한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정책 수단을 내걸고, 국민과 전력에너지업계를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지원할 국민적 지지 없이 탈원전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니 원전 종사자, 유관 산업계, 학생들의 혼란과 불만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원전-신재생 확대 갑론을박 이어져

정부 에너지정책의 골자인 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도 계속됐다.

원전 찬성 측 발표자로 나선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정 교수는 “아직 8차전력수급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추진은 7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기초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바뀌었고, 공약에 들어있다고 해서 이를 뒤집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탈원전을 염두에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계속 만들고 있다”며 “정부 조직 변경, 원전 유관기관 임원 변경, 원안위 변경 등 탈원전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상황에서는 공론화의 공정성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너지기본계획의 왜곡없는 수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전 반대 측 대표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79년에야 비로소 모든 원전이 없어지는 만큼 오히려 에너지전환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며 원자력계의 주장은 불필요한 논쟁만 유발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급변하는 에너지 정세에서 에너지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과거 원전을 도입할 때도 기술, 경제성 논란, 자금 조달 문제, 회유와 갈등이 지속됐는데 신재생에너지가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것은 부당하다며 20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전력정책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논의를 통해 원전 산업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내 환경과 전력산업 전반의 한계를 지적하며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기보다는 원전의 보조전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태양광의 항상성 유지기술은 한전, 전력거래소 등의 노력으로 해결 로드맵을 갖췄고, 간헐성 문제는 이미 예측과 예비전원확보, 저장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완비돼 있다. 변동성 문제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 통합운영시스템이 이미 개발돼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라며 “농업과 태양광발전의 융합은 부족한 입지문제와 정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단순히 농가태양광 수준의 참여보다는 계획입지제도의 적극적 추진 등 토지이용에 관한 슘페터식 전환의 필요성을 주지시켰다. 아울러 병용농지, 농지은행 등을 활용한 전기농사는 9조원의 농촌 소득 증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세제·가격체계 개선 필요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통합에너지세제를 도입해 전원별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중장기 전력시장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관성 없는 현행 에너지세제와 가격체계가 에너지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통합에너지세제 도입을 통해 에너지시장 정상화와 산업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개별에너지원별 세제가 아닌 전체 에너지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관련 세제와 부담금 구조를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통합에너지세제로 개편이 필요하다”며 “외부비용을 고려한 통합에너지세제 도입을 통해 전원별 상대가격을 조정하고, 이후 장기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 시장 내에서 탈석탄, 탈원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에너지요금 인상과 관련해선 대부분의 전문가가 어느 정도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에너지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은데 대해선 아쉽다는 견해도 나타났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하지만 약 2030년을 기준으로 6조6000억원 정도 추가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구당 1달에 5600원 정도 추가요금을 부담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요금 인상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임기 내 인상은 없다고 확언한 부분은 아쉽다”며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후손들에게 지우기보다, 월 5600원을 더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설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