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도의 일자리 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민간이 참여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아젠다가 됐으며, 대한민국이 활력을 찾은 듯한 느낌까지 든다.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이렇게 빨리 쉽게 될 수 있었던 것을 그동안 왜 우리는 못했을까 하는 자책도 솔직히 있다.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항상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고, 임금은 절반 수준 밖에 안 되는 상황에 대해 가슴 아파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 뜻 나서지 못했다.

지금 논의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 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외주를 주었거나 비정규직이 담당했던 일자리를 정규직화 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논의 가 한창이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방향이었지만, 그동안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매몰돼 사람에 대해 소홀히 해온 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필요하다.

산업이 점점 지능화 되고, 전문화 되면서 일자리 문제는 산업사회에서 딜레마와 같았다. 최근 산업트렌드가 된 4차 산업혁명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산업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사회를 우리나라보다 빨리 거친 서구 유럽은 우리보다 먼저 일자리가 사회문제가 됐고,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 튼튼한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재벌기업들과 ‘살트세바덴협약’ 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인정해 주는 대신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참여하도록 했다. 1980년대 높은 실업률 때문에 경제파탄의 위기를 겪은 네덜란드는 ‘바세나르협약’ 을 통해 유럽 강소국가로 거듭났다.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기업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정부는 재정 및 세제 지원을 이끌어낸 노사정 대타협이 높은 실업률 때문에 병들어가는 네덜란드 병을 치료한 것이다. 최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늘리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넘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자리 문제는 어는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에 대한 논의이며, 지속되어야 한다. 당장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멈춰서도 안 된다. 노사정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인내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가 72개 외주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 2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SK브로드밴드가 하청 대리점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최근 민간 기업들이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빠르게 비정규직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비록 정부 정책에 떠밀려 했더라도 해당기업 직원들에게 있어서는 삶의 전환점을 맞은 소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모임을 갖고 ‘전력그룹사 좋은 일자리협의회’를 운영하고, 추진 상황과 이행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키로 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면서 기대감도 갖게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공공기관들이 어쩔 수 없이 일부 업무를 외주화 하고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았다.

이참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비정규직, 외주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상황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을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공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총인건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원을 관리토록 하면 보다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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