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영주.완도서 10MWh 규모 추진, 배전용 ESS 가능성 확인키로
분산전원 증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피크저감용으로 활용 방침

지난 14일 전기산업진흥회 대회의실에서 한전 배전용 ESS 추진방향 공유를 위한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14일 전기산업진흥회 대회의실에서 한전 배전용 ESS 추진방향 공유를 위한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가 한전이 추진하는 배전용 ESS 사업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전은 분산전원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전력망 안정화 차원에서 배전용 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전용 ESS 시장 규모는 배터리 기준 260MWh 정도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난 14일 한국전기산업진흥회(회장 장세창)와 함께 배전용 ESS 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서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착수한 상주 시범사업 외에 앞으로 추진할 영주, 완도 시범사업에 대한 추진방향도 논의됐다. 한전이 주파수조정(FR)용 ESS 사업 이후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인 만큼 배터리, PCS 등 ESS 관련기업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배전용 ES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한전이 배전용 ESS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만큼 한전의 역할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가에게 공급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분산전원이 늘면서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이 집중된 지역은 배전선로 용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ESS를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낮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무리하게 계통으로 보내지 않고 ESS에 저장했다가 해가 지는 저녁 시간대에 방전시키는 방식이다.

기존의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처럼 중앙집중형 발전방식이 줄고, 향후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마이크로그리드,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전기차 등 다양한 분산전원이 보급되면 배전용 ESS의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사업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이 되지 않은 탓에 한전은 우선 상주, 영주, 완도 등 3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착수한 상주 시범사업에는 PCS 1MW, 배터리 2MWh가 설치됐다. 이번달 착수하는 경북 영주에도 상주와 같은 용량이 설치되고, 오는 6월에는 전남 완도지역에 PCS 3MW, 배터리 6MWh를 설치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한전이 진행한 FR용 ESS 사업에 이어 배전용 ESS 사업을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있다. 한전 발주 사업은 타 사업에 비해 규모가 크고, 가격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S 용량은 FR 사업에 비해 감소한다. FR 사업의 경우 PCS와 배터리의 용량 비율이 4대1 수준이었지만 배전용 ESS는 반대로 1대2로 낮아졌다. FR은 특성상 충방전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배전용 ESS는 그럴 필요가 없어 PCS 용량이 줄어든 것이다. 배전용 ESS 사업에 적용하는 배터리도 FR ESS 사업과 동일한 리튬이온배터리다. 현재로선 가격이나 성능, 용량면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전용 ESS는 충방전 속도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명이 길고, 가격이 저렴한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이다. 한전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차원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실증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MW 단위 대용량 ESS 사업 외에도 소용량 일체형 ESS 사업도 추진된다. PCS와 배터리를 하나로 구성한 일체형 ESS는 비용을 줄이고, 설치도 간단히 할 수 있어 향후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용량이 더 작은 저압계통 연계형 소용량 ESS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지상변압기와 결합해 태양광 상계 고객이 밀집한 지역이나 부하 변동률이 심한 지역에 적용할 경우 피크절감, 출력안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전 인재개발원은 50kWh 소용량 ESS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전의 시범사업 추진계획만 발표됐을뿐 앞으로 추진할 배전용 ESS 사업에 대한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한전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정짓고, 사업예산, 추진방식, 사업지역 등을 발표할 때까지는 배전용 ESS 사업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곽필목 한전 배전계획처 차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배전용 ESS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며 “사업 관련해서 건의사항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시면 답변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장세창 진흥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설명회를 개최한 ESS 협의회가 한전 FR용 ESS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데 역할을 한 것처럼 앞으로 배전용 ESS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협업의 주체로 역할을 다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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