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조달 8개 기업 중 7개 기업 담합 적발…정도(正道) 침몰
관련 업계, ‘최저가 낙찰제’ 원인… ‘자발적 정화’ 기회 삼아야

한국가스공사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무정전전원장치(UPS) 제조업체들이 19일부터 가스공사입찰에 제한을 받게 됐다. 조달청 입찰제한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통신공업, 대농산업전기, 시그마전기, 이화전기공업, 맥스컴, 아세아이엔티, 영신엔지니어링 등 7개 기업은 담합 관여도에 따라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2년 동안 국내 관공서 물량의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다.

◆UPS 담합과정은〓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36건의 UPS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7개 기업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8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담합을 통해 부정하게 낙찰 받은 5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국제통신공업 등 7개사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가스공사가 발주한 무정전전원장치 구매입찰 총 36건에 참여하면서 낙찰자, 투찰가격 등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들 업체는 누계 낙찰금액이 가장 낮은 사업자를 차기 입찰에서의 낙찰예정사로 정하고, 나머지는 낙찰예정사의 투찰가격 이상으로 투찰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은 가스공사가 3년 주기로 업체등록 후 등록업체만 입찰에 참여시키는 지명경쟁 입찰 형식으로 진행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국제통신공업, 국제산업전자(폐업), 맥스컴, 아세아이엔티, 영신엔지니어링, 이화전기공업 6개 사업자가 담합에 참여했고, 2012년부터 대농산업전기와 시그마전기가 추가됐다.

◆앞으로 입찰은 어떻게〓 현재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돼 있으면서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은 8개로, 이 중 7개 업체가 이번 담합 건으로 입찰참여가 정지됐다. 사실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1개뿐인 셈.

이와 관련 업계는 “단독으로 응찰할 경우, 경쟁 입찰이 아니라 해당 발주 건을 처리할 수 없다”며 “때문에 일부 업체들 중에는 공정위 제제를 받은 직후인 12월부터 조달청에 ‘임시등록’하고 공장심사를 받는 등 자격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담합 건으로 과징금 및 입찰참여 제한 조치를 당한 업체들은 행정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에 한창이다.

일부 업체들은 담합 사실을 시인하고 과징금도 납부했지만, 2년간 관공서 조달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면 사업체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기간을 유예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거치는 과정과 같다.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찰 참가자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판결까지 최소 1년에서 2년 가량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우수조달제품 인증기간이 만료되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담합 적발, 의미는〓 UPS 업계의 담합이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담합이 적발 되기란 쉽지 않다”며 “이번 건 역시 내부에서 담합을 고발하고, 부담된 과징금을 경감 받는 리니언시를 기대한 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첫 담합 적발이 업계에 일침으로 작용해 자발적인 정화노력으로 이어질 지, 끝없는 반목과 악의적인 신고로 변질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리니언시는 담합 행위를 한 기업의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제도로, 자진신고 순서에 따라 과징금이 차등 면제된다. 이번 UPS 담합 건에서도 2개의 기업이 리니언시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정위 측은 “구체적인 적발 건에 대해 내부고발 여부를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체 조사 보다 고발을 통한 담합 적발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UPS 업계는 담합의 이유로 ‘최저가 낙찰제’를 꼽았다.

한 UPS업체 대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겠지만, 담합 당시는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저가출혈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했던 시기”라며 “살 궁리를 찾다보니 일부 업체들이 담합을 종용하고, 다른 기업들까지도 유혹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종사자는 “건설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력기자재 업계에서 담합을 끊어내기 위한 자정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UPS 업계 역시 이번 담합 적발 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정도(正道)’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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