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인허가 부실 vs 현장답사, 참고문헌 등 분석 충실했다

영남권 활성단층 현황과 고리, 신고리 원전 부지(자료=환경운동연합)
영남권 활성단층 현황과 고리, 신고리 원전 부지(자료=환경운동연합)

올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에서 단연 이슈가 된 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이었다.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영향으로 원전 일대의 지진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이미 위험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은폐해왔다는 의혹도 덩달아 등장했다. 하지만 수많은 의혹제기와 이에 대한 해명이 난무하면서 혼란만 가중된 측면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원전안전성에 대한 의혹과 해명을 이슈별로 정리했다.

◆신고리 5,6호기 인허가 부실하게 진행됐나

-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 근거로 사용된 한수원의 예비안정성분석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고시기준에 따르면 부지반경 320km내의 지진 재해도를 분석해야 하지만 동해와 일본지역의 역사지진, 계기지진, 단층 자료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또 보고서에는 부지 40km 이내에 활동단층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양산단층이 활동단층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제외했다.

-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작성시 기술자문보고서 내용 뿐 아니라 조사자가 직접 현장확인을 통해 단층의 특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판단한 사항을 기술했다. 신고리 5,6호기 인허가시 부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경 8km는 정밀조사를 통해 다수의 연대측정을 시행했고, 반경 8km 이상의 지역은 참고문헌과 현장답사 등을 통해 단층의 운동시기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다. 실제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반경 40km까지의 단층 연대측정 자료가 포함돼 있다. 신고리 5,6호기 부지에 활동단층이 있다는 데에는 당시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신고리 5,6호가 건설되면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되는데 안전은?

- 고리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6기에 건설 예정인 원전 4기를 합치면 총 10기의 원전이 들어선다. 특히 고리 원전 30km 반경에 거주하는 인구가 380만명에 달하는 만큼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원전을 허가하는데 위험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수호기 안전성평가부터 제대로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해당 발전소 안전설비 등의 수준과 외부재해(지진, 해일 등) 발생빈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전의 리스크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용량과 주변인구만을 고려해 위험도를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고리부지를 포함한 국내 환경은 일본보다 지진 및 쓰나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신규원전의 안전목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노심손상확률을 10만년에 1회로 제시하고 있고, 신형경수로인 APR1400의 안전성은 이전보다 향상시켰다.

한수원은 최근 법제화된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사고 포함)를 규정에 따라 수립하여 사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고리 5,6호기 주변 지진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 인근과 고리, 신고리 원전이 있는 울산, 부산 육지에는 60여개가 넘는 활성단층이 분포돼 있다. 대규모 활성단층대도 140km에 달하는 양산단층, 울산단층, 동래단층, 신고리 원전 바로 옆의 일광단층까지 8개나 된다. 지반조사, 다수호기 안전성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성이 직접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설을 지속하는 건 직무유기다.

- 단층의 종류는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이 있는데 활동성단층은 3만5000년에 1회, 50만년에 2회 이상 지진이 일어나는 단층이다. 원전은 이 활동성 단층을 고려해 건설한다. 그리고 조사결과 원전 부지 인근에는 활동성 단층이 없다고 밝혀졌다.

또 일정 수준의 지진 충격은 견딜 수 있도록 원전을 설계하고 있다. 원전 부지와 단층이 떨어져 있는 거리에 따라 평가를 하는데 신고리 5,6호기의 경우에는 주위에 활성단층인 읍천단층이 있는데 최대지반가속도가 0.183g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최대 0.3g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0.3g는 7.0 지진 규모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신고리 5,6호기는 7.0 지진에도 안전하다.

◆9.12 지진 당시 월성원전 1~4호기 정지 왜 늦었나?

-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계측기 값이 0.1g를 넘으면 원전을 수동정지해야 한다. 지진의 강도가 원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난 직후 월성 1~4호기는 3시간 24분 뒤 수동정지했다.

당시 원자로 보조건물에서 측정된 지진계측기 값은 0.0981g으로 아슬아슬하게 기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 원전은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기 때문에 실제 지진 강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원전이 아니라 원전 밖에서 측정한 지진계측값, 즉 자유장 계측기 값이 필요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측정한 자유장 계측기 측정 결과는 0.12g였다. 정지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KINS의 자유장 지진계로 측정된 값은 한수원의 공식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원전을 정지하지 못했다. 결국 지진의 응답스펙트럼 값을 추가적으로 점검했고 그 결과 정지 기준은 넘겨 원전을 정지했다. 이 과정에서 3시간 24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는데 원전 안전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좀 더 일찌 정지하는 게 맞았다.

- 당시 지진계측기 측정 값은 0.1g 이하였고, 다만 응답스펙트럼이 기준치를 초과해 원전을 정지했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특별한 영향이 없었고 안정상태도 유지하고 있었다. 응답스펙트럼 값이 정지기준을 초과한 것을 파악한 즉시 규정에 따라 원전을 정지했다. 규정에는 지진 발생 이후 4시간 이내에 정지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규정을 지킨 것이다.

정지 기준을 초과한 즉시 원전을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규정과 맞지 않는다. 규정상으로는 지진이 발생한 뒤 지진크기를 판정하고, 안전정지 설비 점검, 전력거래소 협의, 호기별 순차정지 준비 절차 등을 취해야 한다.

◆한수원은 소방방재청 자료 알고 있었나

- 2012년 소방방재청은 ‘활성단층 지도제작’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연구 보고서는 월성원전 부근에서 활성단층이 있으므로 추가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활성단층의 여부가 공개됐다면 원전 안전과 관련된 논란이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이를 우려해 소방방재청의 연구 보고서를 알고도 은폐한 것 아닌가.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활성단층의 존재여부를 감춘 것 같다.

- 활성단층 지도는 소방방재청에서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한수원도 연구결과를 알 수 없었다. 신뢰성이 부족한 자료를 원전 건설 허가의 근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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