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지역 전기공사업체 입찰 제한 대형건설사만 혜택
인천시, 최대 20%수준으로 삭감된 노무비 적용...1순위사 낙찰 포기

창원시가 분리발주를 외면해 원성을 사고 있는 창원마산야구장 조감도.
창원시가 분리발주를 외면해 원성을 사고 있는 창원마산야구장 조감도.

법으로 규정된 전기공사 분리발주제도를 역행하거나 현실을 무시한 원가계산으로 무리한 입찰을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어 관련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이들 지자체는 오히려 이에 어긋나는 행위로 일관, 중소 전기공사업체의 경영난을 가중 시키고 있다.

더욱이 이들 지자체는 지역 전기공사업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원론적인 이유를 들며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망감을 주고 있다.

이를 사례별로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창원야구장 통합발주 논란

◇…창원시가 지역업체와의 동반성장은 커녕 오히려 이를 역행하고 있다. 창원마산야구장 건설공사와 관련해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하며 지역업체의 입찰을 막고, 대형 건설사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전기공사협회 경남도회(회장 감영창)에 따르면 창원시(시장 안상수)가 발주한 창원마산야구장 건설공사가 전기사업법의 전기공사 분리발주 규정을 위반하고 통합발주됐다.

1108억원 규모로 시행되는 이번 공사는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발주됐다. 전기공사 규모만 110억원 수준이나, 건축‧전기‧통신‧소방 등을 통합 시공케 해 중소 전기공사업체는 입찰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경남도회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창원시의 행보에 지역 내 1100여개 전기공사업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를 신청한 기업 가운데, 사실상 낙찰 확률이 높은 곳으로 계룡건설 컨소시엄과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거론되고 있다. 두 컨소시엄 주관사는 각각 대전광역시와 경기도에 소재를 둔 기업이다.

통합발주는 전기공사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건설사가 사업을 통째로 수주할 경우 전기공사업체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번 사업에서 전기공사비는 110억원 정도가 책정됐지만, 원도급사의 최저가 발주 탓에 제대로 된 공사비를 책정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적은 사업비로 공사를 하려다 보니 부실시공 위험도 제기된다. 창원시가 행정적 편의와 예산 절감만을 위해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다는 것.

창원시가 지역 내 중소 전기공사업체는 외면하면서도 타 지방 대형건설사들의 밥벌이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1108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창원시 비용만 6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민들의 세금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1100여개 전기공사업체들은 입찰에 참가조차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양 귀를 틀어막은 듯한 창원시의 소통부재도 업계의 실망을 더하고 있다.

경남도회는 지난 6월 23일 사업 입찰 공고가 나온 뒤부터 지속적으로 창원시 등 관계기관에 사업을 분리발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해왔다.

특히 창원시가 책임시공‧공기단축‧예산절감 등을 목적으로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을 시행한 만큼, 분리발주를 통해서도 이 같은 점을 보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발주된 사업인 만큼 변경할 수 없다는 기계적인 대답만 돌아왔다는 게 경남도회 측의 설명이다.

안상수 시장과의 면담 요청도 수차례 했지만 매번 묵살됐다. 경남도회는 안 시장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적힌 ‘잘 듣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회는 또 창원시가 지자체 조례보다 상위에 위치한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공사업법에는 건설공사시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번 공사가 예술성‧시급성이 있고, 고난이도의 공사인 만큼 전기사업법 시행령 상 예외규정을 적용할 수 있어 통합발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창원시의 입장에 업계는 치졸한 변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전기공사업법의 예외조항에 예술성과 관련된 조항이 없을뿐더러,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발한 상황도 아닌데 시급성을 따질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감영창 전기공사협회 경남도회장은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지난 50여년 이상 선배들이 수호해 온 업계의 소중한 가치”라며 “분리발주는 엄연히 상위법인 전기사업법에서 규정하는 조항이다. 법에서 벗어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옹진군 노무비 축소 비난

◇…인천광역시 옹진군도 정상적인 정부 품셈에 의한 원가방식을 무시한 채 15~20% 수준으로 삭감된 노무비를 산출해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전기공사업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옹진군은 지난 7월 ‘문갑리 다목적회관 신축 전기공사(옹진군 공고 제2016-529호)’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추정가격 2408만9000원, 기초금액 2649만7900원이었다.

이번 옹진군의 입찰은 정부 품셈을 무시한 채 노무비를 15~20% 수준으로 삭감해 낙찰을 받더라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전기공사업체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순위로 낙찰 받은 A전기공사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A업체는 3개월간 옹진군의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제재까지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낙찰을 받더라도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부정당제제까지 감수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기공사협회 인천광역시회(회장 노인철)는 옹진군에 이번 입찰에 대한 재입찰을 실시해줄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건의문에서 인천광역시회는 “정부 품셈 원가계산 방식에 의거 산출한 금액에 비해 노무비가 15~20% 수준으로 대폭 삭감돼 있어 공사 수주 시 업체 손실의 폭이 커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내수불황과 건설경기 침체로 대다수 영세한 중소 전기공사업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나마 공공공사 수주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적정 공사비를 반영해 재입찰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행정자치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 등에 따라 기초금액을 작성하고 예정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을 심사받도록 돼 있다”며 “불가피하게 원가계산과 다르게 예정가격을 결정할 경우 그 사유를 명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이번 입찰의 불합리성을 꼬집었다.

인천광역시회는 “저가수주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품질의 자재 사용 등으로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고 이는 국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재입찰 실시를 요청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재입찰 공고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옹진군은 인천광역시회에 보낸 회신에서 “이번 입찰은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공사 수행의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주한 것”이라며 “문갑리 다목적회관 신축 전기공사 재입찰 공고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발주되는 전기공사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 가격을 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노인철 인천광역시회장은 “옹진군이 예산절감 등을 목적으로 노무비나 자재가격 등을 자의적으로 축소해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입찰은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 수주를 하더라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상적인 정부의 품셈 원가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이번 공사의 기초금액은 6600만원 정도가 된다”며 “실제 발주된 2649만7900원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공사협회 인천광역시회가 옹진군에 보낸 문갑리 다목적 회관 신축전기공사에 대한 재입찰 요구 건의문.
전기공사협회 인천광역시회가 옹진군에 보낸 문갑리 다목적 회관 신축전기공사에 대한 재입찰 요구 건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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