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구매 방식이 입찰제한으로 작용...공사로 발주돼야"
한전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목적…합리적이라 판단"
업계 "입찰 참여가능 시공업체 전체 1%에 불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학교 태양광 설치사업이 첫 사업 공고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발주처는 물품구매 입찰 방식을 제시한 반면 시공업계는 공사로 발주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입찰참가자격 조건 등을 놓고도 양 측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햇빛새싹발전소는 최근 한전 입찰사이트 공지사항에 서울 강남구 소재 수도마이스터고등학교와 대전시 서구의 제일고등학교에 각 100kW 이내씩 총 2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찰 공고문을 예시했다.

햇빛새싹발전소는 학교 태양광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전과 발전 6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총 4000억원을 들여 전국 2000여개 학교 옥상에 200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햇빛새싹발전소가 설치조건부 물품구매 방식으로 발주를 공고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햇빛새싹발전소 측은 조달청 등 여타 기관에서 태양광 설치공사를 대부분 물품구매로 발주하고 있으며, 이번 건의 경우에도 내부 검토결과 물품으로 발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기공사업계에서는 발주방식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시공해야 하는 전형적인 시설공사에 해당하는 만큼 구매가 아닌 공사로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품 발주가 시공업계의 입찰 참여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공고 예시에 따르면 입찰참가자격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의거 태양광발전장치 500kW 이하에 적용하는 태양광발전장치 등록업체다. 여기에 최근 5년 이내 건축물 옥상에 태양광설비 단일 용량 50kW 이상 설치 시공한 실적과 전기공사업법 제4조에 의한 전기공사업 등록업체, 전력기술관리법 제14조에 의한 전문설계업 제1종 이상 면허,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 제9조에 의한 안전진단전문기관 등록업체 등 3종의 면허를 모두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정해진 자격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경우엔 최대 5인 이내에서 컨소시엄(분담이행방식 공동수급)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전기공사협회는 이번 사업에서 입찰참가자격 요건을 갖춘 업체의 규모를 135개사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모듈이나 인버터 등 제품을 생산하는 1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 125개 업체는 전기공사업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1만4000여 전기공사업체 중 1% 남짓인 125개 업체에게만 입찰참가자격이 부여된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이는 현행 태양광발전장치 제조업 등록 방식과도 맞물려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지원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태양광발전장치 생산업체는 전기공사업 면허와 면적 165㎡ 이상의 공장, 커팅기, 용접기, 드릴머신, 태양전지 모듈 생산설비, 계통연계형 인버터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듈과 인버터 생산설비는 공급확약서를 첨부할 경우 생산설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직접 설비를 생산하지 않아도 공급확약서만 갖고 있으면 생산업체로 인정받아 태양광발전장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4000억원 규모의 학교 태양광발전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전기공사업체는 사실상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태양광발전 설치의 경우 특별한 시공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 없는 일반적인 공사가 대부분이다. 다른 전기공사업체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시공현장이 전혀 다른 두 곳(서울과 대전)을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서 발주한 것과 국가계약법에서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토록 하고 있는 설계시공 일괄입찰을 3억5000여만원 규모의 소형 공사에 적용한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햇빛새싹발전소 측은 “현재 조달청 등 여타 기관에서 발주하는 태양광의 대부분이 물품구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학교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공사의 경우에도 물품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태양광 사업은 에너지신산업과 관련 업계 모두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어느 특정 업계에만 혜택을 주거나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공동도급과 지역 가점 등 업계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 중소 시공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더구나 각 지역별로 사업 대상학교가 선정되면 지역 내 수십, 수백개의 학교를 묶어서 발주하게 되는 데 이 때 지역 시공업체들의 참여 없이는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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